[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에 동참하기 위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해도 자동차보험료를 0.8~1.0%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거듭된 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인상이 손해율을 적자구간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라 올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인하를 발표한 손보사는 메리츠화재로 전년 대비 1% 낮출 예정이며 변경된 보험료는 오는 3월 중순 개시되는 계약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화재 역시 4월 개시되는 개인용 자동차보험 계약에서부터 보험료를 1% 인하했다. DB손보는 삼성화재와 메리츠보단 덜한 0.8% 낮추기로 했다. 변경된 보험료는 4월 개시되는 책임 계약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메리츠와 삼성화재, DB손보가 보험료를 낮춘다고 밝힌 만큼 다른 손보사들도 비슷한 수준에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자동차 보험료를 낮춰 왔다. 2022년 약 1.2~1.4% 인하를 시작으로 2023년과 작년엔 각각 2.0~2.5%, 2.5~3.0%씩 보험료를 내렸다. 올해까지 4년 연속해서 보험료 인하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발을 맞추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당국에서도 손보사들에 상생금융 동참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요청으로 평가된다. 자동차보험료는 가입자 수만 2500만대에 달하고 의무보험으로 분류돼 물가를 파악하는 핵심 수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도 포함돼 있다.
실제 삼성화재는 보험료를 인하하면서 “정비요금 인상 등 보험원가 상승 요인이 지속됨에 따라 그동안 보험료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다"라며 “최근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국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상생금융이란 이유로 보험료 인하가 3년간 누적된 결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4대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손해율은 전년 동월 대비 7.5%포인트 급증한 평균 93.0%로 집계됐다. 연간 누적 손해율 역시 평균 83.3%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을 늘려 메리츠와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을 포함할 경우 누적 손해율은 87.7%까지 치솟았다.
4대 손보사 중 누적 손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84.7%를 기록한 현대해상으로 조사됐다. 이어 KB손보와 삼성화재는 각각 83.7%, 83.2%로 집계됐으며 DB손보가 81.7%로 가장 낮았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82%를 손익분기점으로 평가하는 데 4대 손보사 중 3개사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적자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물론 올해 보험료 인하는 손해율 상황을 고려해 작년보다 약 2%포인트가량 낮게 결정됐다. 하지만 거듭된 인하 조치에 더해 정비수가 2.7% 인상과 연초 폭설 피해까지 잇따르고 있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자연재해 발생이나 자동차 사고 빈도·심도 등에 다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올해 합산 손해율은 전년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86.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동차보험의 사업비율이 약 16%인 점을 고려한다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이익은 약 2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적자가 예상되면 보험료를 인상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동차보험은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 손익 감소는 어쩔 수 없겠지만 강제성 있는 의무보험이라 고객들이 상생금융과 보험사의 고통 분담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