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여파,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두산밥캣 분할합병 철회

주가 큰폭 하락..임시주총 철회
모든 분할합병 관련 사항 취소

임윤희 기자 승인 2024.12.10 16:55 | 최종 수정 2024.12.10 17:14 의견 0
두산에너빌리티의 8MW 해상풍력발전기. (자료=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두산그룹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12일로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를 취소하고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주주서한을 통해 "최근 갑작스러운 외부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며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남겨 두는 것보다 빠르게 회사의 방향을 알려드리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도 "향후 예정된 모든 분할합병 관련 사항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주가 급락으로 인한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증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산그룹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제시한 주식매수 예정가액(각각 2만890원, 8만472원)이 현재 주가보다 크게 높아져 주주 입장에서 합병에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을 넘을 경우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회사가 이번 분할합병 성공 시 자사 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분할합병 무산으로 두산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7월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을 3대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두산밥캣의 두산로보틱스 편입이 개편의 핵심이었다.

박 대표는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면서도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두산그룹은 중공업과 건설기계 중심의 사업구조를 로봇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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