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지난 24일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두산그룹이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고 증권신고서 보완 중이다.
29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지난 24일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에 대해 금감원 측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사항을 반영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증권신고서를 보완해 제출할 예정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회사는 3개월 이내에 내용을 수정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 두산, SK등 상장회사들이 계열사간 합병 및 분할 등 기업구조 재편을 하고 있다. 기업구조 재편 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중요 정보인 증권신고서에 핵심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회사의 경우 매우 추상적으로 작성하고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끼리 수평적 결합 또는 원재료 공급 관계에 있는 회사끼리 수직적 결합이 아닌, 서로 사업 연관성이 적은 회사끼리 합병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경우 기본적인 사업 시너지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두산, SK와 같이 사업의 상호 관련성이 적은 회사를 합병하는 혼합적 결합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에도 합병의 목적, 효과, 배경 또는 시너지를 추상적으로만 기재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이는 증권신고서의 중요 사항 기재 누락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요 사항 기재 누락은 일반주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미이행으로 이어진다. 사업적 연관성이 낮은 혼합적 결합일수록 일반주주에게 합병의 목적과 배경, 효과 및 시너지에 대해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직관적으로 합병 시너지가 있어 보이는 수평적, 수직적 합병에 관해서도 대단히 상세하게 주주 관점의 시너지를 기재한다. 더불어 일반주주에게 합병에 대한 찬성투표를 요청한다.
지난 5월 완료된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셰일오일 업체 파이어니어의 합병 사례를 보면, 파이어니어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합병 계약에 찬성할 시 얻게 될 대가를 투자설명서를 통해 상세히 서술했다.
파이어니어는 엑손모빌의 탑티어 프로젝트들로 이뤄진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와 배당 확대, 추가 자사주 매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다른 어떠한 인수합병도 엑슨모빌이 제공하는 가치와 경쟁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고할 수 없다며 주주들을 설득해 찬성을 권고했다.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혼합적 결합, 증권신고서 추상적 기재 등 국내에 만연해 있는 그룹사의 구조개편에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청서가 브레이크로 작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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