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스캔들’로 저무는 아베..“아베 ‘개정 헌법 2020년 시행’ 단념”

장원주 기자 승인 2019.12.08 11:42 | 최종 수정 2019.12.16 21:08 의견 0
지난달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비위 혐의를 받고 있는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의 사표를 수리한 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의 목표로 내세웠던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을 단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 기업 5곳 중 4곳이 아베 총리가 이번 임기를 끝으로 자민당 총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본 정계를 강타한 이른바 '벚꽃 스캔들'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형국이다.

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잇따른 각료 사임 사태와 '벚꽃을 보는 모임' 논란으로 야당의 정치공세가 격화하면서 개헌 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내년에 새 헌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목표를 접었다.

현재 개원 중인 임시국회는 오는 9일 종료될 예정이다.

야당은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 임시국회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집권당인 자민당의 반대로 연장 가능성이 낮다.

만약 임시국회가 연장되더라도 '벚꽃 스캔들' 여파로 헌법 개정 논의가 진척될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벚꽃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정부 예산 사업인 '벚꽃 보는 모임'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논란이다. 본래 벚꽃 보는 모임은 국민 세금으로 열리는 국가 행사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이 자리에 자신의 후원회 회원들을 초청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권 차원의 스캔들로 번졌다. 야당 의원들은 아베 총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 9월까지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향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쪽으로 목표를 사실상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여당 관계자들에게 자민당 총재 임기 동안의 시행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야권의 협력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17년 5월 3일 일본 헌법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개정 헌법 시행 목표 시기로 2020년을 내세웠다.

그러나 기존 헌법을 고치는 것에 반대하는 야권의 외면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심의와 개헌 논의 자체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올 10월 4일 임시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고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입각한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 법무상이 비위 논란 속에 연이어 낙마하고 아베 총리 본인을 둘러싼 '벚꽃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지난 7월 여당이 승리한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아베 총리가 불씨를 키우고자 했던 개헌 논의의 동력이 사라졌다.

한편 로이터통신이 일본 여론조사기관인 닛케이 리서치와 11월 20일부터 12월2일까지 일본 내 중·대형 비금융 기업 50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240여 업체 중 약 75%가 아베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59%를 기록했다. 조기에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은 25%에 그쳤다.

여론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10월 대비 6%포인트 하락한 42%를 기록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14~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10월 55%에 비해 크게 하락한 4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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