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연기’ 어깨 무거워진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성장성 입증할 열쇠는

두 번째 IPO 취소..기업가치 고평가·업비트 의존도 발목
국감서도 뱅크런 우려..IPO 주도 최우형 행장 책임 무거워
내년 초 상장 재도전한다지만..시장서 성장성 입증 관건
개인사업자·중기 여신 확대..“기업가치 인정 받도록 노력”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0.22 11:5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재차 연기됐다. 케이뱅크는 공모구조를 개선해 내년 초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인데 취임 이후 줄곧 IPO 추진에 매달려 온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번째 IPO 계획을 철회하고 내년 초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케이뱅크는 올 초 IPO를 선언,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은 뒤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공모 철회가 결정됐다.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 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공개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꼽힌다. 당초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5조원을 목표로 주당 희망 공모가로 9500~1만2000원을 제시했다. 비교 회사로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미국 뱅코프와 일본 SBI스미신넷 등 인테넛은행을 꼽았다.

이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6배다. 전날 종가 기준 PBR이 1.70배 수준인 카카오뱅크는 물론 KB금융(0.61배), 신한금융(0.52배) 등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케이뱅크 희망 공모가 최하단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 대비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높은 업비트 의존도도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2021년 말 케이뱅크의 총예금 중 업비트 예치금 비율은 53%였다. 올해 6월 기준 17%까지 비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

이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화두가 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이 20% 수준인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업비트 없이 케이뱅크가 독자생존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도 이 의원은 “케이뱅크의 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인데 업비트 예치금 이용료율 2.1%로 193억원을 줘야 한다”며 “케이뱅크의 영업이익률이 1%가 채 안되는데 2.1%를 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 15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이자율이 조금 올랐지만 다른 사업을 통해 감당할 수 있다”며 “업비트와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진 했다.

케이뱅크는 내년 초를 목표로 상장 재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올해 초 취임해 IPO 성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최 행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공모구조를 변경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겠다는 것인데 이번 상장 실패가 단순히 공무구조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3분기 실적 전망부터 어둡다. 3분기부터 업비트 예치금 연이율이 0.1%에서 2.1% 늘어난 만큼 이자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상반기까지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썼지만 3분기 순익은 크게 줄어들 확률이 높다.

케이뱅크는 ▲리테일 ▲SME(중소기업대출)·SOHO(개인사업자) ▲플랫폼 등 세 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향후 성장 계획을 짰다. 비록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본 유입을 전제한 계획이긴 하지만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장 철회 직후인 지난 18일 케이뱅크는 대구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대구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 상품을 출시했다. 앞서 이달 초 서울·부산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보증서대출을 선보였다.

케이뱅크는 소상공인 대출로 내년 여신이 최소 4조~5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조속히 다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상장 과정에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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