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상생협약 결단 내렸지만..은행권 콜센터 외주 ‘공론화’

콜센터 협력업체와 상생협약 체결..근로자 보호 조치 항목 신설 등
양종희 회장 국감 증인 채택 철회..국감 피했지만 콜센터 외주화 논란
은행권 “근로자 처우 문제 감안해야 하지만 월권할 수 없어”
정무위 “금융사고 책임회피 수단 악용 여지..직고용 해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0.16 10:31 | 최종 수정 2024.10.16 10:5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국민은행이 콜센터 협력업체와 상생협약을 맺고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에 나선다. 이번 상생협약의 결과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무마됐지만 은행권의 콜센터 외주화 논란이 화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 콜센터 협력업체, 협력업체 근로자와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지난 6월 8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콜센터 노동자 한마당'에서 공공운수노조 콜센터 사업장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자료=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B국민은행은 협력업체 평가에 근로자 보호 조치 항목을 신설하고 근로자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연 2회 개최하기로 했다. 협력업체는 노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연내 구성해 고객 근로자 보호 관련 방안을 마련한다.

이번 상생협약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성사됐다.

앞서 박 의원은 ‘은행권 산재 1위 기업, 콜센터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미흡, 부당해고 논란’ 등을 이유로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환노위 국감 일반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초 전날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감에 양 회장이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상생협약 체결을 이유로 증인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모두의 노력을 반영한 결과”라며 “KB국민은행은 상생협약 이외에도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건전한 상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콜센터 직원들을 모두 하청(계약직)으로 고용하면서 지속적인 처우개선 논란에 시달려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은행의 콜상담 업무를 4개 용역회사에 100% 위탁운영하고 있다. 올해 8월말 기준 945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평균 근속년수는 4.7년, 최장 근속년수는 19.2년이다.

이들 콜센터 직원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때문에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 같은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는 지난해 말 대전지역 용역업체가 240명을 집단 계약해지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한바 있다.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아 비판을 받았지만 국감 출석을 앞두고 극적으로 상생협약 체결이 이뤄진 셈이다.

KB국민은행의 이번 상생협약 체결을 두고 은행권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콜센터 외주화가 KB국민은행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은행 콜센터 노동자의 대부분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콜센터 협력업체 직원의 처우 문제에 은행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상생협력이 은행권으로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연히 은행도 외주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근로자 처우 문제를 감안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월권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영업점 축소, 비대면 거래 확대로 콜센터 상담사의 업무가 대폭 늘면서 직고용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이 은행이 아닌 용역회사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인정보나 신용정보 유출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해 금융사지배구조법 통과로 은행의 내부통제가 강화됐으므로 은행이 작성하는 책무구조도에 콜상담 업무의 책임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래 의원은 “고객은 은행을 믿고 거래하면서 본인의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거래정보를 맡겼는데, 실제로는 은행이 위탁한 용역사 직원들이 정보를 열람하고 있었다”며 “이런 구조는 정보유출 사고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 판매 상황에서 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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