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가세한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국가기간산업’ 명분이 부추긴 논쟁

임윤희 기자 승인 2024.09.19 17:05 | 최종 수정 2024.09.19 17:35 의견 0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광일 부회장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스의 참전으로 다시 불거졌다.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놓이면서 정치권까지 가세해 싸움이 커지는 모양세다.

고려아연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공론화되자 19일 MBK파트너스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단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원으로 사실상 없었는데 올해 6월 말 현재 1조4000억원에 이른다"면서 같은 시점 순현금 2조5000억원과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000억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불씨는 지난 13일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시도하면서 격화됐다.

고려아연은 지난 18일 박기덕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는 비철금속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로 판단된다"면서 "이번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및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분쟁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고려아연이 공장을 둔 울산에 김두겸 시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이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두겸 울산 시장 (자료=연합뉴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파트너스는 기업 지배구조와 재무상태 개선, 효율성 향상 등의 명분을 앞세워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논란을 야기해 왔다"면서 "인수 후 기업의 알짜 자산을 팔고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 투자를 대폭 줄이고 근로자들을 대거 해고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희승 의원은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 위탁운영사에 선정된 것을 놓고도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과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투기적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은 책임투자 원칙에 맞지 않다"면서 "잇따른 논란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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