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최대주주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공개매수한다. 이에 따른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이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5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가는 공개매수일 이전 3·6개월간의 평균종가에 각각 27.7%와 30.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며, 전날 종가보다는 약 18.7% 높다.
만약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미달할 경우 공개매수는 취소된다. 초과할 경우에는 목표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한다.
MBK파트너스는 이와 별도로 SPC를 통해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동시에 실시한다.
영풍정밀 1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영풍과 최씨 일가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 전량이 공개매수 대상이 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한 후 기존 경영진과 함께 영풍정밀 본연의 비즈니스에 집중, 투자해 장기 지속 성장을 이끌 방침”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특별관계자 지분은 33.13%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MBK파트너스가 영풍 측과 손잡으면서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영풍은 이날 별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최 회장에 대해 배임, 주가조작 관여, 선관주의의무, 상법 위반, 일감몰아주기 등 5가지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켰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국내 여론에 의해 약탈적 기업사냥꾼이자 투기자본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곳”이라며 “경영권 인수 뒤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 기간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의 해외로 유출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12시 55분 기준 전 거래일(55만6000원) 대비 19.24%(10만7000원) 상승한 66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69만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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