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예대금리..은행권 ‘이자장사’ 논란 아른

KB국민은행, 2년여 만에 대대적 예적금 금리 인하
시장금리 연동 간판 정기예금, 기준금리 이하로 ‘뚝’
가산금리 인상 약발 먹힌 주담대 금리는 상승세 전환
상반기 역대급 이자익 거뒀는데..이자장사 비판 우려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8.05 11:4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의 예대금리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진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는 낮추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묶여있어서다.

상반기 이자이익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은행권이 재차 이자장사 비판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린다. 국민은행이 예금 상품의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2022년 10월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됐을 때 15가지 거치식예금과 23가지 수신상품 금리를 일괄 인상한 이후 2년여 만이다.

5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이에 따라 현재 고정금리 연 1.90~2.90%인 ‘국민수퍼 정기예금’은 1.90~2.70%로 떨어진다. 일반정기예금은 계약기간(1개월~3년)에 따라 0.15~0.20%포인트 떨어지고 회전형 장기정기예금의 금리도 2.55%에서 2.35%로 0.20%포인트 내렸다.

앞서 지난 2일 신한은행도 신한S드림정기예금·쏠편한 정기예금·신한 ISA 정기예금 등 목돈굴리기 상품과 신한 연금저축왕 적금·신한S드림 적금 등 목돈만들기 상품의 기본이율을 0.05~0.20%포인트씩 인하했다. 신한은행이 수신상품의 금리를 일괄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들어 시장금리 인하 움직임에 따라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꾸준히 내려왔다. 이에 따라 연초 대비 하나은행의 ‘내맘적금’은 0.55%포인트,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은 0.50%포인트 금리가 떨어졌다.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들의 이율은 일찌감치 기준금리인 3.50%를 밑도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 3.50% 선을 지키고 있던 국민은행의 ‘KB 스타 정기예금’은 이날 기준 3.35%로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금리도 3.35~3.37%로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왔다.

은행권에서는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커지면서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3.243%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예금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반대로 오르고 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00~5.156% 수준이다.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해 하단이 0.160%포인트 높아졌다.

당초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세에 따라 인하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들이 수차례 단행한 가산금리 인상 조치의 약발이 먹히면서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오는 7일 신한은행이 최대 0.3%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라 주담대 금리 하단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대출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은행의 예대마진은 확대되는데 자칫 이자장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지난달 말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급 이자이익을 달성한 상태다. 5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25조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조60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은행권에 상생금융 압박이 본격화된 것도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이 빌미가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한두차례 기준금리가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어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로 갈수록 가계대출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예대금리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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