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갭투자족 빼꼼.."언제든 돈 벌려는 사람들은 많죠"

GTX 지나는 구간, 갭투자 활성화
대부분 비조정지역 된 서울, 수요 기대감에 갭투자↑
긍정효과도 있지만, 부정효과도 항상 유의해야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11 08:40 의견 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시 아파트 전경.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부동산 시장 불황이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큰 이익을 보려는 투자자들은 어떤 상황이든 항상 있죠."

11일 한 부동산중개업자 A씨는 최근 시세차익을 원하는 갭투자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언급했다.

갭투자는 전세를 기고 주택을 매수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 기법 중 하나다. 적당한 자본과 시기가 뒷받침되면 갭투자를 통해 적은 기간으로도 비교적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1월 갭투자 건수는 537건이다. 이는 2022년 1월(310건), 지난해 1월(478건)보다 많은 수치다. 올해 2월(288건)과 3월(156건) 갭투자 계약 건수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같은 갭투자는 전셋값 상승세 구간일 때 더 성행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46주 연속 오름세다. 최근 신생아특례대출등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세시장가를 견인하고 있다.

보통 갭투자는 전세자를 빠르게 맞춰야 하는 속성이 있어 전세 불안감이 커진 시기에 인기 있는 투자 방식은 아니다. 전세 매물에 대한 수요자 불안감이 크면 선뜻 해당 매물에 입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호재가 있는 지역의 갭투자는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지나는 지역에서의 갭투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활발하다. 최근 3개월간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도 최근 GTX-A 노선이 지나는 '화성시'였다.

이에 더해 서울 인기 지역들을 중심으로 한 갭투자 수요도 꾸준하다. 지방보단 인구가 많아 수요가 안정적이고, 지난해 대부분 지역구가 규제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갭투자가 가장 크게 늘어난 지역은 성동·마포·노원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도 비규제지역이다. 비규제지역은 규제지역에 비해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이 줄어들고 대출도 비교적 쉽다. 서울은 지난해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규제지역이 해제됐다.

조정지역에서 '1가구 1주택자'가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이상 주택 '보유'와 2년 '실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비조정지역에서는 굳이 거주하지 않아도 1주택자라면 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받는다. 취득세는 지방에 비해 많을 수 있어도 보통 양도세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미래를 감안해 양도세 비과세 여부를 투자 시 큰 비중을 두고 고려한다.

(자료제공=연합뉴스)

■갭투자, 꼭 돈 많이 필요해?

서울지역 아파트인데도 자본금 2억~3억원을 가지고 갭투자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실제 옥수동 옥수아파트 전용 49㎡는 최근 4억95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같은날 2억7000만원에 전세거래 됐다. 매수자는 취등록세를 제외하고 자본금 2억2500만원으로 주택을 산 셈이다.

마포구 신정동 서강GS 전용 59㎡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7억원에 매매된 이후 3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0만원의 세입자가 맞춰졌다. 이 곳 역시 자본금 2억원으로 전세를 끼고 거기에 월세 20만원을 받아 갭투자를 한 것이다. 만일 이 자본금 역시 일부를 은행에서 대출받아 마련됐다면, 투입된 자기자본금은 더 줄어든다.

이와 같이 아파트 갭투자 시 억원대의 비교적 큰 자본이 필요해 보이지만, 빌라와 같은 매물은 몇천만원대의 더 적은 자본으로도 갭투자가 가능하다.

최근 갭투자를 했다는 B씨는 "씨드머니 7000만원을 가지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빌라에 갭투자를 했다"며 "매매가는 3억이지만, 2억3000만원의 전세자를 맞춰 취등록세를 제외하고 정확히 7000만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자신이 갭투자한 지역은 서울 중심가고, 지하철 노선이 3개가 지나가는 역세권이어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시청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 (자료제공=연합뉴스)

■갭투자,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어"

갭투자족의 존재는 전세시장을 활성화시켜 여러 사람에게 자가마련이라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세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기도 하다.

최근 다세대·연립주택의 경매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채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주택 임대인들의 물건이 경매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 주택 임의경매 건수는 2022년 667건에서 2023년 818건으로 22.6%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 2월까지 192건을 기록했다. 특히 다세대·연립이 밀집한 강서구의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해 140건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주로 저금리와 높은 전세가율을 활용해 자기자본이 없거나 적은 상태에서 갭투자를 했지만 더이상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전세금 반환에 실패한 물건인 경우가 많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나 다세대 빌라 수요는 일정하지 않다. 갭투자 특성상 전세자를 끼지 못하면 임대인이 자기자본으로 전세금을 충당을 해야하는데 그럴 여력이 안되는 임대인 매물은 경매로 그대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경매로 물건이 넘어가도,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비인기지역의 빌라 매물의 은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경매를 통해 매수하지 않으려 하거나 수요가 있어도 전세가가 높게 책정된 경우가 많아, 입찰자 입장에서 실이득이 없다"며 "이에 입찰 시기가 지연되고, 매각가로 채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금액이 아예 없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법이 개정돼 임대인의 부채나, 건물의 전입사항 등을 임대차 계약 시 충분히 고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임차인은 전세가율 등을 고려해 보증보험가입 매물 대상인지와 임대인 채무 상황 등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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