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글로벌 명품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영국 명품 플랫폼 매치스패션의 법정관리 소식 탓이다. 이러한 시장 흐름을 타고 국내 명품 이커머스 3사의 올해 실적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매치스패션의 최대주주 영국 프레이저스 그룹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벤지 다이몬트를 공동 관리자로 선임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프레이저스 그룹은 지난해 12월 매치스패션을 인수하고 실적 개선을 위해 직원을 50% 이상 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또 다른 명품 이커머스 파페치는 지난해 12월 쿠팡에 6500억원에 인수됐다. 쿠팡에 인수되기 전 파페치는 적자폭을 줄이지 못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국내 명품 이커머스 3사로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광고에 투입되는 판관비를 전년대비 70~90% 줄였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압구정 사옥을 매각하면서 자금난을 일부 해소했다. 발란은 25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자금에 숨통이 트였다. 이를 바탕으로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실적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명품 수요는 다소 꺾였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명품 패션 브랜드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7% 성장한 510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지난 각각 전년대비 31.8%, 20.3%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던 2021년, 2022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 명품 패션 관계자는 “명품 수요는 지난 2022년까지 코로나 펜데믹으로 쌓여 있던 보복소비 심리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고금리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시장은 전년대비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겨우 흑자전환 했는데.. 명품 이커머스 3사 올해 생존전략은?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국내 명품 이커머스 3사는 지난해 재무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발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손익분기점을 넘어 4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후발주자인 트렌비의 지난해 거래액은 500억원으로 지난 2년간 누적거래액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머스트잇은 연간당기순이익에서 흑자 전환됐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현재 실적 공시 준비 중이라 자세한 수치는 공유하긴 어려우나 연간당기순이익에서 흑자전환됐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3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오는 4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명품 시장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명품 이커머스 3사는 또 다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발란은 지난해 투자 받은 자금으로 신규 사업을 진행한다. 명품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 신명품으로 불리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입점시켜 ‘K-럭셔리’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해외로 진출한다. 발란 측은 현재 입점 브랜드는 700여개로 기존 목표 이상으로 확보된 상태이며, 해당 사업이 안정화되면 올해 10월부터 다시 영업이익 흑자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트렌비는 영국,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명품 수요가 높은 6개 지역에 해외지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해외 현지 제품 소싱력을 끌어올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안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머스트잇은 사옥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큐레이팅 서비스 고도화에 투입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개발자 채용에 나섰다. 실제로 머스트잇은 지난해 4분기 20명 이상을 채용했다. 지난달에는 여기어때 등을 거친 플랫폼 전문가 김홍균 CPO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송호진 머스트잇 COO는 지난 1월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2024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서비스 커버리지 확장’과 ‘탐색과 발견의 고도화’ 등 투휠스 전략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퀀텀점프를 이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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