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하림그룹이 도축가공, 식품제조를 기반으로 유통판매와 해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27일 하림지주에 따르면 올해로 창업 36주년을 맞은 하림은 미국 닭고기 전문기업 알렌하림을 비롯해 NS홈쇼핑과 글로벌 해운선사 팬오션 등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림그룹 재계 순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기업집단 공정 자산 기준 27위로 공정자산총액은 17조1000억원이다. 공정위는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기업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올해 대기업은 하림그룹을 포함해 총 48곳이다.
한국육계협회와 농림축산검염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림계열(하림, 올품, 한강식품, 싱그린에프에스)은 지난해 도계 수수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32.1%를 점유해 국내업계 1위다.
하림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52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93.4% 큰 폭 증가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포장육과 부분육, 동물복지, 무항생제 제품 등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자연실록과 동물복지 등 프리미엄 품목군 비중도 35%까지 커져 힘을 실었다.
더불어 공장 리모델링 등 시스템 개선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닭고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림그룹 계열사는 (주)하림 등 5개사(국내 4개사, 미국 1개사)이고, 가공공장은 총 8곳(국내 6곳, 미국 2곳)이다.
■ 하림 키친로드, ‘삼장통합’ 通..더욱 엄격해진 신선도·동물복지 시스템
지난 23일 하림 푸드로드를 통해 국내 6공장 중 하나인 전북 익산 공장을 방문했다.
하림은 지난 2017년 26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2019년 면적 13만5445㎡에 달하는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를 완공했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세계 최첨단 도계 및 가공 ▲육가공 설비 ▲동물복지 및 환경 친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공장은 하림산업의 '하림 퍼스트키친'(12만3429㎡)과 하림식품의 '푸드폴리스 사이트'(5만3623㎡)와 함께 하림 푸드 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세 공장은 직선거리 10km 안팎 삼각형 모양으로 조성돼 있어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퍼스트키친은 간편식 완제품 생산기지고, 푸드폴리스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다.
하림이 이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팩토리를 갖춘 데에는 ‘삼장(三場)통합’ 경영 시스템 도입이 주효했다.
이날 유영삼 기획조정실 실장은 (주)하림 소개에서 “1차 산업인 농업을 고부가가치 식품산업으로 격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삼장통합 경영 시스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삼장통합 경영은 농장(사양관리)과 공장(도계), 시장(유통·물류) 등 삼장을 통합 관리해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의 가치사슬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유 실장은 “삼장통합 경영 시스템은 국내 최초 애그리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기업들도 이 방식을 벤치마킹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림은 글로벌 가금 식품기업 중 2014년 세계 32위에서 2021년 세계 21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2030년엔 세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림 종합처리센터가 도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부분은 신선도와 동물복지다.
하림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8가지 주요 신선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가스(CO2)스터닝 시스템을 사용한다. 도계 전 닭들을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방식으로 보통 도계장에선 전기 충격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스스터닝 방식은 모세혈관 안의 피까지 깔끔하게 배출해 닭고기의 신선도를 향상시킨다.
또 차가운 공기를 이용해 닭고기 육심 온도를 2도씨까지 급속 낮춰주는 에어칠링(공기냉각) 방식을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닭고기를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낮추는 워터칠링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닭고기가 물을 먹게 돼 고기 맛이 변형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림은 찬 공기로 최장 7km 레일을 200분 동안 돌며 물먹지 않은 닭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밖에도 ▲완벽하게 혈액을 배출시키는 ‘방혈’ ▲뜨거운 물에 담가 깃털을 제거하는 ‘탕적·탈모’ ▲전기 자극을 통해 닭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스티뮬레이션’ ▲신선 온도 2도씨를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 온도를 낮추는 ‘8도씨 작업장’ ▲포장 작업이 끝난 닭고기를 다시 냉각시켜주는 ‘냉각터널’ ▲출고 전 제품을 보관하는 자동화 창고와 물류 차량 실내 온도를 0도~1도씨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등 신선 단계를 실행하고 있다.
또 지난달 불거진 ‘생닭 벌레’ 사건 발생 이후 품질 검사 인원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등 위생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내장 적출 과정과 검수 과정 등을 재정비하고 포장 전 마지막 단계에서 닭 내부를 맨눈으로 검사하는 과정도 추가했다. 당시 논란이 된 생닭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정읍공장 생산 제품으로 거저릿과 곤충 애벌레가 다량 발견돼 식약처 조사가 진행됐다.
■ 하림산업, 물류센터 내년 본격 가동..생산부터 유통·물류까지 D2C 구축
이날 ‘더미식’과 ‘푸디버디’, ‘멜팅피스’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하림산업의 ‘퍼스트키친’ 공장도 둘러봤다.
더미식은 2021년 론칭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로 자연 소재와 신선한 식재료만을 엄선해 장인정신으로 만든다는 식품 철학을 담았다. 지난 1일 론칭한 푸디버디는 나트륨을 확 줄이고 가장 신선한 국내산 원재료 100%만으로 맛을 내 완전한 한끼를 제공하는 어린이식 브랜드다. 멜팅피스는 떡볶이, 핫도그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스트릿푸드를 셰프의 손맛으로 재탄생한 핑거푸드 브랜드로 지난 3월 론칭했다.
퍼스트키친은 K1(육수, HMR, 육가공, 소스), K2(면류), K3(즉석밥) 등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 K1과 K3단지 사이에는 860억원을 들여 온라인 물류센터도 추가로 짓고 있다. 이 건물은 지상6층 지하1층 규모로 내부 컨테이너 벨트를 통해 퍼스트키친과 연결하는 터미널 역할을 하게 된다.
하림 관계자는 "온라인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하림퍼스트키친을 브릿지로 연결하는 푸드 트라이앵글이 완성된다”며 “하림이 생산한 제품이 자사 유통망과 물류를 통해 소비자의 집까지 직접 배송하는 D2C(소비자직접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부터 유통, 물류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중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증가나 품질 손상 등을 막을 수 있어 제품 가격 하락과 품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물류센터는 연내 완공될 예정이며 5~6개월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 팬오션 이어 HMM까지..제조부터 물류 구축, 밸류체인 강화
하림은 2015년 해운사 팬오션 인수에 이어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인수를 놓고 동원그룹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곡물 운송부터 사료, 축산, 식품 제조, 유통·물류 등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김흥국 하림 회장은 지난 1일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식품 제조부터 해운운송, 물류까지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매각예상가격은 HMM 현재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경우 최대 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림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달 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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