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국내 마켓 지형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간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끼어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보여왔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틈새 전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SSM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10.0%, 편의점은 8.5%, 백화점은 3.1% 올랐다. SSM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월 매출 증가율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그간 대형마트와 편의점 틈새 속에서 지지부진했던 SSM이 올해 상반기부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SSM 주요 4사(롯데슈퍼·GS더프레시·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나란히 호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슈퍼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6% 늘었다. 이대로라면 롯데슈퍼는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연간 흑자를 달성하게 된다. GS더프레시는 체인오퍼레이션의 성공적 구축으로 기존 가맹점들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53.7%로 크게 개선됐다.
SSM 성장은 점포수에도 영향을 줬다. GS더프레시 점포수는 올해 3분기말 기준 427점을 운영 중이며 전년 동기 대비 87점이 증가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작년 상반기 255점에서 올해 상반기 265점으로 점포를 늘렸다. 반면 지난달 기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전국 점포 수는 396개로 4년 연속 감소했다.
SSM이 마켓 강자로 부상하게 된 건 1인가구와 고령층(60세 이상) 증가에 따라 소비패턴이 점차 바뀌고 있어서다. 근거리 쇼핑과 소포장을 선호하는 이들 세대 니즈와 맞닿았은 것이다. 여기에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소포장 수요까지 더해져 SSM 이용자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령층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근거리 쇼핑과 소포장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접점이 생겼다”며 “장거리에 대용량 위주 판매인 대형마트에 비해 SSM은 동네슈퍼라 접근성이 용이하고 소포장 위주인데다 편의점보다는 다품목을 구비하고 있어 장보기에 적합한 마켓 형태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SSM 4사, 신선·HMR·퀵커머스 등 체질개선 분주
SSM업계는 이런 흐름을 타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취약점인 신선식품과 소포장에 집중한다. 아울러 가정간편식(HMR)을 확대하고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등 마켓 점유율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소포장과 신선식품, 간편식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신선·간편식이 매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20~30대 고객 수는 올해 1~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늘었다. GS리프레시 전월 퀵커머스 배달 건수도 작년 동기 대비 20배 증가했고 올 1~9월 20~30대 비중은 전체 고객의 31.2%로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증가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1시간 내 배송 확대로 지난 9월 이용고객의 20~30대 비율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14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점을 그로서리 강화 매장으로 새단장했다. 이 매장은 사무실과 20·30대 1~2인가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신선식품과 델리 등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또 전체 면적의 90%를 소용량 채소·프리미엄 식품 등으로 채우고 델리 식품과 와인 매대를 매장 입구에 배치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롯데슈퍼 프레시앤델리, 마켓999, 프리미엄 푸드 마켓 등 여러 브랜드를 롯데슈퍼로 통합하고 신신식품부터 즉석 조리식품, 간편식까지 그로서리 상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써 고객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체인오퍼레이션의 구축과 식품 중심의 MD 전략, 퀵커머스 강화 등을 기반으로 매출, 점포 수 등 거의 모든 사업 지표에서 독보적 업계 1위 체제 구축해 가는데 지속 주력해 갈 방침"이라고 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관계자도 “기존점포는 수익성 중심으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철저한 사전 분석을 통해 수익성과 매출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점 출점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수익성과 성과에 기반해 MD를 재편성하고 MD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투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소규모가구가 점차 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중간 형태인 SSM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고성장을 이룬 온라인이 주춤한 틈을 타 SSM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어 정 교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SSM 등 업체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며 “유통사들은 부진한 점포들을 폐쇄 혹은 통합시키거나 SSM을 늘리고 대형점포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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