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객수수료 한도 법제화 다시 수면 위..롯데·신세계·신라면세점 규제 원하는 이유
면세업계, "송객수수료 규제해 출혈경쟁 막아야..상품 경쟁력 강화 우선"
정부, '담합' 조장 우려..업계 "자정 노력 역시 담합 저촉 가능성 있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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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1 15:13 | 최종 수정 2023.08.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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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유커의 귀환으로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송객수수료 한도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 면세산업의 국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막는 구조적인 개선, 즉 법률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전날(30일) 열린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는 코로나 유행 이후 최근 3년간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해 매출을 올렸던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가이드 등에 지급하는 대가다. 이는 여행·면세 산업의 업태로 굳어져온 일종의 리베이트다. 송객수수료는 코로나 이전 2017년 사드보복에 대한 한한령 조치로 중국의 단체 관광이 중단되면서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유행 후 보따리상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약 90%로 치솟으면서 더욱 올랐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 송객수수료는 1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0% 후반대까지 급증했다. 송객수수료가 오르자 국내 면세점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위축됐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영업손실 533억원, 신라면세점은 영업이익 85억원, 신세계면세점은 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라와 신세계는 적자는 면했지만, 전년 대비 각각 93.6%, 93.2% 감소한 수치다.
면세업계는 올해부터 송객수수료 정상화를 위해 업계 차원에서의 자정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송객수수료율은 20~30% 수준으로 낮아졌다. 매출 규모가 줄더라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해외여행이 재개돼 면세점 업황이 개선된 만큼 송객수수료를 낮춰 그동안의 출혈경쟁을 멈추고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송객수수료의 상한선 법제화 논의는 유커의 귀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6년 5개월여 만에 허용되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다시 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는 업계 차원에서 낮추는 분위기지만, 한 업체가 단순 매출 확대 및 경쟁 우위를 점하는 목적으로 수수료를 올릴 경우 또 출혈경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송객수수료 대신 ‘상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건강한 시장 환경 조성을 바라고 있다. 가격 경쟁만 부추기는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법으로 규제하면,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및 명품 브랜드 유치 및 신규 브랜드 발굴하는 등 새로운 고객 유인 요소를 갖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업계와 달리 정부는 송객수수료 법제화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수수료를 법으로 규제하는 행위는 담합가격을 정해주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업계는 이에 대해 업계 차원에서의 송객수수료 조정 행위 역시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반적인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0%씩 빠진 상황이다. 중국 단체관광 유치를 위해 한 업체가 갑자기 송객수수료를 낮추면 또 다시 의미 없는 경쟁이 시작될 우려가 있다”며 “그동안 면세업계는 단순 매출 규모 확대한다거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수수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객수수료는 면세업계에서 어쩔 수 없는 관행과 같은데, 그동안 경쟁이 치열해 높아진 감이 있다. 오히려 업계 차원에서 수수료를 맞추는 게 담합으로 비춰질 수 있고, 자정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수수료 경쟁이 아닌 명품 및 신규 브랜드 입점과 바잉 파워 확대, 상품 다양화 등이 면세점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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