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최종 대진표가 확정됐다. 그간 베일에 싸인 외부 후보는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이었다.
관료 출신 인사가 배제되면서 내부 인사인 양종희·허인 부회장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상황이지만 4대 금융지주 대권 경쟁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김병호 회장의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왼쪽부터)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자료=각사)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전날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 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했다.
그 결과 내부 후보인 양종희·허인 KB금융 부회장과 외부 후보인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으로 최종 대진표가 짜였다.
KB금융 회추위는 내달 8일 압축된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2차)를 실시하고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그간 베일에 싸였던 외부 후보자는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낸 김병호 회장이었다. 당초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 6명을 확정하면서 외부 후보자 2인은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 처리했다. 외부 후보가 오랜 시간 경영 승계를 준비해 온 내부 후보와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외부 후보가 전직 관료 출신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주요 금융지주 차기 회장 ‘단골 후보’인 김병호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호 회장은 1961년생으로 양종희·허인 부회장과 동갑이다. 서울대와 UC 버클리 경영전문대학원을 나와 미국 연방시카고은행(National Bank of Chicago)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고 1991년 하나은행으로 전환된 이후 국제센터 지점장,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을 지냈다. 하나금융지주 설립 후 지주 국외사업전반총괄 상무이사,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9년부터는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경영관리그룹총괄 부행장, 기업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쳐 2015년 하나은행장에 올랐다. 은행장 시절 전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을 주도했고 통합 이후에는 지주 부회장 맡았다. 현재는 베트남의 중견은행인 HD은행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김 회장은 2018년 이후 사실상 한국 금융계를 떠났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러브콜을 받아 왔다. 이번 KB금융을 제외하고도 주요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김 회장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김 회장은 2020년 KB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외부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최종 면접까지 완주한 바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 외부 후보로 선정됐지만 본인 동의절차 과정에서 물러났고 올해 초 우리금융그룹 차기회장 1차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가 최종 고사했다.
국내 23개 은행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의 차기 회장감으로도 자주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해 “커리어를 생각하면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외부 후보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면서 “워낙 능력도 있지만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봐서 본인 의지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 후보가 제외되면서 내부 인사인 양종희·허인 부회장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외부 후보인 김 회장도 단순히 들러리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회추위도 내·외부 후보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외부 후보에 더 많은 인터뷰 시간과 내부 자료 등을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며 “내·외부 후보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