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의감에 고발 영상 업로드?..초상권 침해 그리고 명예훼손죄

강한결 변호사(법무법인 더온)

최경환 기자 승인 2023.08.02 14:14 의견 0
강한결 변호사

바야흐로 ‘숏폼’의 시대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나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짧은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게시자가 설령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특정 범죄사실을 고발하거나 행위를 영상으로 배포하는 경우 초상권 침해나 명예훼손죄 성립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는 취객의 얼굴이 드러나게 촬영한 후 정의감에 ‘이런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편집하여 영상을 인터넷상에 올렸다면, 어느 날 영상 속 취객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수 있는 것이다.

초상권 침해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정도’로 촬영이 이루어진 것만으로도 성립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를 볼 수 있도록 유포하는 것도 초상권 침해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얼굴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상 권리로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초상권을 침해하면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에서 자주 쟁점이 되는 것은 ‘공익성’ 여부다. 촬영 및 배포를 한 당사자가 ‘공익 목적’을 증명한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이란 추상적인 개념이다. 법원은 공익성 여부에 대하여 초상권과 초상권을 침해함으로써 달성하게 되는 공익 간의 이익형량을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초상권자가 정치인이나 유명기업인과 같이 ‘공인’인 경우에는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상 공익 쪽에 무게를 두어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사람이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초상권마저 보호된다는 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초상권은 기본권에 준하는 권리다. 국민은 모두 기본권을 향유하고, 기본권이 제한되려면 법률을 통하여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법과 제도’는 곧 긴 시간과 검토를 거친다는 의미와 동일하게 여겨지지만, 법치국가는 법과 제도를 존중하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다.

인터넷상 정보가 유포되는 속도는 해당 정보의 게시 이후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정도로 매우 빠르다. 엉뚱한 사람을 지목한 영상, 앞뒤 맥락이 편집된 영상, 조작이 가해진 영상임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더라도 유포 이후 이를 바로잡기 쉽지 않다. 게시는 곧 공표로서 초상권 침해는 이미 성립한다. 게시 후 삭제 등 노력은 책임에 참작될 만한 감경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침해 사실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인터넷 게시로 인하여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 외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다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온라인 상에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올려 그 사람의 명예, 즉 ‘사회적 평판’을 해치면 성립하는 범죄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판단은 ‘공익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유의해야 할 점은 공익성 인정 여부는 진정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허위의 사실임을 알면서도 유포했다면 비방 목적은 대부분 인정된다. 허위사실 유포는 글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거나 조작하는 행위,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서 왜곡된 내용을 올리는 경우도 해당한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준 형량이 두 배 정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하게 된 현대사회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너무나 손쉽고 촬영물 공유도 터치 몇 번이면 금방 이루어진다. 흥미 위주로 편집된 CCTV, 블랙박스 등등 영상도 각종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방 이루어지는 촬영물 공유 시 초상권을 고려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법은 게시물을 올리는 순간의 나의 선량한 마음을 곧바로 헤아려주지는 않는다. 적어도 모르는 사람이 드러나는 사진이나 영상 앞에서는 잠시 멈추고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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