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한국형 ‘인뱅’ 동남아 알린다..태국 가상은행 설립 도전

태국 주요 금융지주사 SCBX와 컨소시엄 구성
태국 BOT, 2025~206년 최대 3개 가상은행 출범
디지털·플랫폼 역량 갖춘 카카오뱅크..벤치마킹 대상
태국 가상은행 설립 성공 시..“동남아 진출 교두보”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6.19 11:53 의견 0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왼쪽)와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가 지난 15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SCBX 본사에서 진행된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카카오뱅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뱅크가 태국에 신규 가상은행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시장에 도전한다. 카카오뱅크의 가상은행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한국형 인터넷은행의 우수한 비대면 금융 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동남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태국 가상은행(Virtual Bank)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카카오뱅크와 SCBX는 컨소시엄 구성부터 인가 취득, 설립 준비까지 전 단계에서 협력한다.

앞서 올해 1월 태국 중앙은행(BOT)는 ‘가상은행 인·허가 프레임워크 협의서’를 통해 신규 가상은행 라이선스를 발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지점 없는 은행’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스토리와 플랫폼 역량을 갖춘 DNA 때문에 몇 개 나라의 회사들이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며 “동남아 2개 국가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최소 올해 안에 1개 국가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계획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동남아 은행업 진출 방식을 놓고 현지 은행 인수·합병(M&A)해 법인 설립을 인가 받거나 현지 은행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했었다. 진출국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이 주로 언급됐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현지 주요 금융지주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국 첫 가상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예상 밖의 길을 택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태국이 모바일 보급은 높지만 모바일 뱅킹에 대한 접근성은 낮아 지점 없는 은행 출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며 “현지에 자리잡아 사정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사와 제휴를 통해 진출하기에는 좋은 기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태국은 2021년 기준 휴대폰 가입자 1억209명(보급률 117.08%), 인터넷 가입자 5216만명(보급률 54.9%) 수준의 모바일 강국이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취약 계층의 비중이 약 65%로 디지털뱅크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태국 BOT는 가상은행이 금융서비스 개발 경쟁과 소비자 요구에 맞는 혁신을 촉진하고 소매 부문과 중소기업을 위한 적절한 접근성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한국·홍콩·싱가포르의 인터넷은행 모델과 소매 및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의 모델을 결합한 것이다.

특히 BOT는 가상은행 서비스의 주요 사례 중 하나로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서비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BOT는 “새로운 가치 제안과 합리적인 가격, 특히 소매 및 중소기업 고객의 서비스가 부족한 부문에 대해 각 고객 부문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카카오뱅크는) 빠르고 원활한 디지털 온보딩 과정을 개발해 고객들이 매주 예금 금액을 스스로 설정하고 예금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예금 상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X 대표이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은 디지털뱅크 사례로 손꼽히는 카카오뱅크와 협력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계기로 금융소외계층을 비롯한 태국의 금융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기술 혁신적인 금융 상품 및 서비스 이용 기회를 광범위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카카오뱅크와 SCBX는 가상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한 뒤 하반기 인가 신청을 하면 내년 상반기 인가가 결정된다. 가상뱅크 출범은 2025년에서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태국에서 가상은행 설립에 성공할 경우 향후 인도차이나 반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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