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도 과자도 값 오르나”..할당관세도 못 누르는 ‘슈가플레이션’ 실체는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6.05 14:13 | 최종 수정 2023.06.05 15:16 의견 1
마트에 진열된 설탕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제 설탕 가격이 치솟자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식품 가격이 오르는 ‘슈거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할당관세 인하 등 물가 안정화에 힘쓰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제당업계는 B2B 설탕 가격 인상 이슈에 대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5월 세계 설탕가격 지수는 157.6으로 전월보다 5.5%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116.8)과 비교해 34.9%,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0.9% 오른 수치로, 올해 들어 넉 달 연속 상승세다. 이번 설탕가격 지수는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설탕을 만드는 원료인 원당 가격도 치솟고 있다. 뉴욕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세계 원당 가격은 톤당 54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3%, 평년(5년 평균) 대비 68% 높아졌다.

설탕 가격 급등에 ‘슈가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자 정부는 설탕 할당관세 인하를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설탕·원당 잔여 물량 수입에 대한 할당 관세를 0%로 인하하고, 제당업계와 설탕 가격안정화에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설탕에 대한 기본관세율인 30% 대신 5%의 할당관세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올해도 설탕 가격이 진정되지 않자 0% 무관세로 설탕을 수입하도록 했다. 올해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수입 설탕 물량은 10만5000천톤인데, 이 중 도입 잔여물량인 약 8만톤에 대해 0% 관세가 적용된다. 원당의 경우 수입 전량에 대해 기본세율 3%에서 0%로 낮춰진다.

국내 제당 시장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약 90% 이상을 점유해 주도한다. 작년 기준 제당 3사는 원당(184만톤)을 수입해 설탕(143만톤)으로 가공·생산하고, 설탕으로는 11만톤(이중 10만5천톤 할당관세 적용)을 수입했다. 수입 설탕의 비중은 전체 소비량의 약 7% 수준이다. 국내 식품업체는 약 92%(119만톤)을 소비하고 나머지(25만톤)는 수출했다.

특히 원당의 경우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관세가 적용된 호주·태국 등에서 대부분 수입했다. 그러나 할당관세가 적용되면 하반기 작황 호조가 예상되는 브라질 등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설탕 역시 물량을 원활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제당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는 지난달부터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 설탕 가격 인상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설탕 가격이 오를 경우 정부의 할당관세 인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미 식품업계는 올해 들어 제과·빙과 등 가격을 한 차례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빙그레는 올해 초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출고가를 15~25% 인상했다. 빵과 과자 가격도 올랐다. SPC삼립·뚜레쥬르·롯데웰푸드·해태제과 등 제과·제빵업계는 올해 상반기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설탕 가격이 올라도 기업은 국내 제당업체로부터 계약을 통해 설탕을 매입하고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비축하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며 “제품 가격에는 설탕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고,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 등도 가능해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분위기와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제당업계는 B2B 설탕 가격 인상에 대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간 거래되는 제품의 가격은 일괄 형성되는 소비자가와 다른 형태로 책정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로 이뤄지는 설탕 가격은 B2C(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와 형태가 다르다. B2B 설탕 가격은 거래처별로 다르고, 계약 시기나 기간, 물량에 따라서도 다르다”며 “B2B 거래는 일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형태가 아니다. 또 가격 변동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명확하게 정해진 가격이 없어 올랐다고 말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다른 제당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실제로 올랐을 수 있다. 그러나 오르지 않은 업체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가격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빵·과자 등 식품 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설탕이 10~20% 오른다고 가정하면 실제로 식품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1~2% 수준”이라며 “슈가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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