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3년/생활물가 고공행진] ②“평일엔 도시락, 주말엔 오마카세”..외식 생활 양극화

8대 외식품목 최고 13% 육박..‘배달 치킨 3만원’ 시대, 배달 수요 감소
호텔식·오마카세 등 프리미엄 외식 인기 ‘여전’..소득의 양극화가 원인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5.26 07:00 의견 0

글로벌 물가 인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등 가격이 오르면서 고물가 흐름이 일상생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둔화하는 가운데 전기·가스 공공요금은 물론 식음료·외식·생필품과 같은 소비자 체감 물가 상승세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외식물가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치솟은 외식물가로 ‘런치플레이션’ 시대가 열렸다. 학생·직장인의 점심식사가 도시락·간편식으로 대체되는 가운데 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으로 외식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호텔식사·오마카세 등 가격도 급등해 소비 양극화가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치킨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 “나가서 사먹기 무섭다”..천정부지 외식물가에 마트·편의점 반사이익

2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8대 인기 외식품목은 전년 동기보다 최고 12.7% 상승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삼계탕으로, 1만4500원에서 1만6346원으로 올랐다. 이외에도 자장면(12.5%)·삼겹살(11.4%)·김치찌개(8.6%) 순이다.

외식품목의 가격은 유독 치솟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7.6% 올랐는데,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3.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최근 전기·가스요금도 인상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에너지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외식가격 인상의 주범이다. 지난달 가장 많이 오른 외식품목은 햄버거로 전년 동기 대비 17.1% 인상됐다. 맥도날드·롯데리아·맘스터치 등 버거 프랜차이즈는 지난해부터 1년 반 동안 최대 세 차례씩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다음으로는 피자(12.2%)가 뒤따랐다.

국민간식 치킨은 올해 교촌치킨이 약 1년 반 만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배달 치킨 3만원’ 시대가 열렸다. 일부 메뉴에 배달비를 더하면 총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는 작년 대형마트 저가 치킨의 유행을 부추긴 원인이기도 하다. 외식 가격이 오르자 ‘런치플레이션’이 등장하고 도시락 수요는 물론 대형마트·편의점의 즉석간편식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외식 가격이 오르자 배달 수요도 덩달아 급감하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배달앱 3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926만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9% 감소했다. 올해 들어 외식비와 배달비 부담이 높아지자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이다.

신라호텔 애망고 빙수 (자료=호텔신라)

■ “외식·배달 줄이고 간편식 늘리는데”..호텔식·오마카세 인기 ‘여전’

외식물가 급등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고급 호텔식사와 오마카세 등 프리미엄 외식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편의점 업계가 1000원 단위의 가성비를 내세운 도시락 전쟁에 나서는 반면 고급호텔·외식업계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호텔의 최고가 빙수는 포시즌스 호텔의 빙수다. 포시즌스 호텔은 애플망고 빙수를 지난해(9만6000원)보다 31.3% 올린 12만6000원에 책정했다. 고급빙수 선두주자 서울 신라호텔은 9만8000원, 롯데호텔 서울은 9만2000원이다. 서울 호텔의 빙수 가격은 10만원에 육박했다.

호텔 뷔페·오마카세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평일 저녁 기준 오마카세 식당이 밀집한 여의도·강남·종로에서 판매되는 오마카세와 호텔 뷔페 가격은 15만원 내외가 기본이다. 국내 최초 오마카세를 운영하는 신라호텔 아리아케는 작년 9월 최대 20% 인상해 런치는 23만원, 디너는 35만원에 달한다. 신라호텔 더 파크뷰 역시 런치·디너 뷔페 가격을 약 3만원 올렸다.

고급호텔·외식업계 역시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제주산 애플망고 빙수는 망고의 원가율이 50%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프리미엄 외식품목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과 관계없이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SNS 등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소비를 공유하면서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욕구가 자극되기 때문”이라며 “궁극적인 원인은 소득의 양극화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 사람은 물가 인상에 구애받지 않아 프리미엄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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