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이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의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은행의 ‘공공적 성격’이 강조되면서 은행권의 상생금융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 공동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와 개별 은행의 취약차주 지원 등 상생금융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 3년간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을 늘렸다. 이들 인터넷은행 3사는 시중은행 처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을 받지는 않았지만 ‘금융취약계층 포용’이라는 설립 취지를 실천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잔액이 8조5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2조3900억원에서 259%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인터넷은행 3사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서 30.4%로 13%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는 토스뱅크가 40.37%로 가장 높고 카카오뱅크 25.4%, 케이뱅크 25.1%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가파르게 줄였다. 2020년 6월 말 24조8600억원이었던 4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6조5500억원까지 줄었다.
전체 대출에서 중저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20년 6월 25.2%에서 지난해 말 16.9%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대출을 더 많이 내줄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우량차주를 선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카카오뱅크는 롯데멤버스·교보문고 등 11개 기관, 3700만건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개발했다. 카카오뱅크 스코어는 금융정보 위주의 신용평가모형으로는 정교한 평가가 어려운 중·저신용 및 신파일러 고객을 위해 대안정보 위주로 만든 신용평가모형이다.
토스뱅크도 토스 플랫폼 대안 정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딥러닝을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모형인 토스스코어링시스템(TSS)를 운영하고 있다. TSS를 활욘한 토스뱅크 내부등급 기준에서는 코리아크레딧뷰(KCB)에서 57.6%인 고신용자 차주 비중이 80.4%까지 올라간다. 그만큼 더 많은 우량 차주를 선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2월 중저신용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해 기본 모형 대비 중저신용 고객군 대출 승인율은 18.3%, 씬파일러 고객군 대출 역시 31.5% 상승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출범 5주년 토론회에서 “그동안 우리나라 신용대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금리 단층이었다”며 “인터넷은행은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적절한 대출 제공이 제한돼 온 중신용자 중 상환여력이 있는 대출자를 추가로 선별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은행 3사는 중저신용대출을 확산했을 뿐 아니라 대출 금리를 낮추는 메기 역할도 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대출금리 비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달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의 평균금리는 각각 3.85%, 3.94%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주담대 평균금리가 3%대를 기록한 은행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 뿐이다.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을 살펴봐도 연 3.5~4% 미만 구간이 카카오뱅크는 82.7%, 케이뱅크는 75.8%를 차지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의 연 3%대 주담대 취급비중은 평균 0.43% 수준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이어 주담대 및 전세대출 시장에 진출하며 대출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부터 주담대 대상을 기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확대했다. 다음 달까지 1조원 한도 주담대 특판도 진행한다. 케이뱅크는 최근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현재 신용대출만 취급하고 있는 토스뱅크도 이르면 내달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내년 이후 주담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1금융권에서 대출을 못 받는 분들이 2금융으로 넘어가는 경우에 금리가 엄청 뛰었는데 인터넷은행들이 그 사이에서 차이를 메우는 역할을 했다”며 “중저신용대출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지만 전체 고객들에게 평균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은행들이 연초에 금리를 많이 내리는 등 상생금융을 실천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도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부분에서 절감되는 비용을 고객들에게 금리 혜택으로 돌려 금융 부담을 낮춰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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