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LG생활건강이 18년 만에 맞이한 새 수장의 지휘 아래서 새로운 반전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정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의 도약을 강조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악화된 대내외 환경을 딛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및 해외 시장 전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전날(28일) 열린 제 22기 주주총회에서 이정애 사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등을 발표했다. 이날 총회 의장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대신해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홍기 부사장이 맡았다.
김 CFO는 “작년에 예상치 못한 시장 변수들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고, 글로벌 전반의 경기침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실적은 18년 만에 후퇴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매출 7조1858억원과 영업이익 7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2%, 44.9% 감소했다. 이는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화장품 사업이 코로나 이후 쪼그라든 영향이다. 실제로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은 ▲2019년 61.8% ▲2020년 55.7% ▲2021년 54.9% ▲2022년 44.7%로 지속 감소했다.
김홍기 CFO는 올해 사업 전략으로 ▲시장·고객 변화에 대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디지털·고객경험 역량 강화 ▲중국·북미·일본 사업 확대 및 동남아 사업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이를 통해 국내외 어려운 환경 속에서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경우 기존 제품 및 라인업을 보강해 글로벌 럭셔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브랜드 ‘후’ 리뉴얼 등을 통해 고가 브랜드로 새롭게 론칭하고, ‘숨37’과 ‘오휘’는 차별화 경쟁력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로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전략으로는 글로벌 뷰티 양대 시장인 중국·미국과 일본을 집중 공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동남아 사업도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럭셔리 브랜드의 현지 마케팅과 유통 강화, 북미는 뷰티·퍼스널케어 브랜드 육성을 위한 전략과 조직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정애 대표는 신년사에서 “중국시장은 시장과 고객 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기반 확대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할 생각”이며 “북미시장은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뷰티업계의 주요 고객이던 중국은 코로나 이후로 시장 상황이 변화했다. 중국 내 C뷰티가 애국주의 문화를 토대로 성장하면서 K뷰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뷰티기업이 북미 등 신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LG생활건강 역시 변화를 감지하고 현지 시장에 맞는 브랜드로의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북미 시장의 경우 LG생활건강이 지난 2019년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미래 성장을 도모한다고 낙점한 신시장이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인수한 더 에이본은 작년 당기순손실이 전년(-55억원) 대비 8배 이상 증가한 474억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북미 사업 관련한 영업권 손상차손 규모는 1536억원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초 스타벅스·아마존 출신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 총괄로 영입했다. 문 부사장은 북미 지역의 사업 역량과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와 사업 간 시너지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 CFO는 주주총회에서 “당시 인수합병 기업들의 가치가 높았다. 당시 추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손상차손을 반영한 만큼 추가적 손상에 대한 우려는 없다”며 “북미 인수합병 관련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면밀하고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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