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반려인에게 반려견 관절 건강 관리는 필수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람과 함께하는 강아지들은 많은 경우 몸을 충분히 쓰지 못해 근육이 약화되고, 이는 곧 다양한 관절 질환으로 이어진다. 슬개골 탈구와 허리 디스크, 십자인대 파열까지. 우리와 함께 하는 반려견들이 살면서 크고작은 고통을 겪는 이유다.
지난 25~26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포베오와 함께하는 반려견 튼튼관절을 위한 관리법’ 세미나는 반려인들의 이런 고민을 해소해 주는 특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강아지 슬개골 탈구 보호대 브랜드 ‘포베오’의 반려견 보호대 착용 상담 및 시착 서비스와 더불어, 김석중 수의사(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의 반려견 관절 건강 관리법 강의가 진행됐다. 김 원장은 "반려견 관절 건강은 치료까지 가기 전 무엇보다 예방이 강조되어야 한다"면서 "적절한 산책과 운동, 영양 공급만으로도 반려견들이 수술 없이 건강한 20세를 맞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원장은 “반려견 관절 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강아지 관절 상태에 관심을 갖고, 행동과 자세 하나하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깽깽이걸음을 하거나 절뚝이는 걸 보고서야 이상을 인지하면 예방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반려견 관절 건강 문제를 항상 의심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야 수술 없이 예방 조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강아지들이 흔히 겪는 대표적 관절 질환이 슬개골 탈구입니다. 슬개골 탈구를 예방하려면 기본적으로 운동 능력이 발달되어 있어야 하고, 운동 능력은 산책을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증상이 경미한 슬개골 탈구 초기라면 슬개골 보호대를 착용한 채 자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병에 걸릴까봐, 체력 문제로 산책을 주저하는 반려인들을 두고 김 원장은 “산책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하면 강아지의 삶의 질이 나빠진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0여년의 임상 경험 상, 예방접종을 안 받고 산책을 했다고 다른 강아지에게 전염병이 옮아 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산책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체력에 맞춰 산책을 점진적으로 늘리다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산책의 기본은 하루 1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걷거나 뛰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2살과 15살, 마른 강아지와 살찐 강아지의 체력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태를 봐 가면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산책 중 다리가 후들거리고 근육이 떨린다거나, 걷다 말고 산만하게 딴 짓을 한다면 지쳤다는 신호다. 이럴 때는 유모차에 태우거나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고, 점진적으로 산책 시간을 늘려 체력 한계를 높여가야 한다.
■ 평소 ‘안 쓰던 근육’ 쓰게 하는 운동 습관
사람에게 유산소 운동과 PT가 병행되듯, 반려견 역시 맞춤형 운동이 필요하다. 같은 산책이라도 오르막길은 뒷다리 근육, 내리막길은 앞다리 근육 강화에 좋다. 딱딱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럭보다는 잔디밭이나 흙길이 근육 밸런스에 좋고, 나무뿌리 같은 장애물을 넘어 다니는 코스도 신체 여러 근육을 다양하게 쓸 수 있어 균형 잡힌 운동에 도움이 된다.
김 원장은 “강아지들은 평소 뒷걸음질을 잘 안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뒤로 걷거나 옆으로 돌아 걷도록 유도하면 다양한 근육 발달에 좋아요. 슬개골 탈구도 허벅지 앞쪽 근육 뿐만 아니라 뒤쪽에 있는 햄스트링까지 키워줘야 예방할 수 있고요. 앞발을 주는 것처럼 뒷발을 들어 내밀게 하거나, 간식으로 유도해 상체를 좌우로 돌리게 하는 것도 좋은 운동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기인 생후 6개월부터 코어 운동 중심으로 근력을 적극적으로 키워주면 좋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짐볼 위에 두 발을 올리고 몸을 쭉 뻗거나, 엉덩이를 땅에 대고 허리를 들게 하는 등 체중이 실리는 자세를 취하면 근력과 유연성을 한꺼번에 키울 수 있다”면서 “특히 슬개골 탈구를 예방하거나 초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령견의 경우는 힘든 동작보다 스트레칭 위주로 운동하는 게 좋아요. 특히 짐볼 위에 올라가서 네 다리로 서 있게 하면 체중이 이동하면서 근육을 고르게 쓸 수 있죠. 실제 저희 병원에서 노령견 다섯 마리를 모집해 짐볼 운동을 시켰더니 한 달만에 대퇴근 근육량이 2~3센티미터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영양은 충분히, 체중은 적당히
규칙적 운동과 더불어 충분한 관절 영양 공급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요즘은 다양한 반려견용 관절 영양제들이 시판되고 있다”면서 “관절에 직접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성분, 염증이나 통증을 관리하는 성분을 적절히 조합한 제품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은 먹는 것보다 주사제가 효과가 좋고, 초록잎홍합 성분은 분말로 섭취하면 관절건강 외에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면서 “영양제는 최소 3개월 이상 섭취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절 영양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수분 섭취다. 물을 많이 먹지 않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퇴행성관절염 나타난다. 반려견의 하루 수분 섭취 권장량은 몸무게 1kg당 60~80ml인데, 평소 물을 마시는 습관이 부족하면 이를 충족할 수 없다. 물을 마시면 보상을 해주고, 산책 나갈 때마다 물을 갖고 나가는 게 좋은 방법이다.
비만을 관리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반려견 관절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견종과 체형, 나이에 따른 목표 체중을 인지하고, 약 3개월의 기간을 두고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게 좋다.
김 원장은 “1주일에 체중의 1~2%씩 차근차근 감량해야 요요 등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섬유소가 많고 포만감이 높은 다이어트 사료를 목표 체중에 맞춰 급여하면 큰 거부감 없이 식단 조절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산책과 운동, 식단 조절까지. 김 원장이 소개하는 반려견 관절 건강 관리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반려인도 반려견도, 오랜 시간 굳어진 생활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려견 관절 건강관리는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이는 하나의 사회화 과정이기도 하다"는 김 원장이 강조하는 건 바로 ‘애정 어린 칭찬’이다.
김 원장은 “제가 해외에 나갔을 때 만난 반려인들을 보고 우리와 다르다고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칭찬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반려견이 잘한 일이 있으면 여럿이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칭찬해 주더라고요.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간식으로 보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심으로 기뻐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애정을 담아 칭찬하는 게 아이에겐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라고 경험담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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