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코로나 이후 급성장했던 배달업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그동안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배달비로 질타를 받았던 배달 시장은 팍팍해진 가계 살림에 수요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추세다.
배달의민족은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해 비용 부담 완화에 나선다. 배달비 절감을 통해 배달 시장의 위기를 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업주와 소비자의 배달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알뜰배달’을 출시한다. 알뜰배달은 배달의민족 라이더가 동선에 따라 여러 점포의 배달 음식을 묶어서 배달하는 서비스다.
알뜰배달은 다음 달 중순 대구,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한 뒤 순차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운영해온 서비스는 한집배달인 배민1과 묶음배달인 일반배달 서비스다. 배민1은 배달 속도가 빠르고 라이더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한 집에 한 건씩 배달하다 보니 배달비가 상대적으로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뜰배달은 단건배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로 기대되고 있다. 배민1과 같이 라이더의 이동 경로 및 예상 도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고객 응대도 배민에서 진행한다. 배달비는 업주가 2500원~3300원, 소비자가 평균 2000원 안팎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단건배달은 다른 배달 서비스보다 비용이 높은 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공개한 지난 2월 배달비 조사에 따르면, 배달 앱 3사(배민·요기요·쿠팡이츠) 중에서 소비자가 동일 조건에서 지불하는 배달비를 비교한 결과 최고 배달비가 가장 많은 앱은 배민1(46.1%)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말 점심시간 기준 배민 서비스의 최빈값(가장 높은 빈도)은 일반배달이 3000원~3500원·5000원, 단건배달이 4000원~5310원으로 집계됐다. 알뜰배달이 배민의 예상대로 2000원 안팎의 배달비로 운영될 경우 비용 부담이 절반 혹은 그 아래로 떨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알뜰배달을 내놓은 배경으로 비용 부담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물가 인상 등을 의식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초기 2000원 수준의 배달비가 코로나 배달 붐 이후 최대 7000원~8000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가격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외식은 물론 식비 자체를 줄이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토대로 유통업계에서는 '반값·가성비' 등 콘셉트의 가정간편식(HMR)이 출시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엔데믹에 따른 마스크 전면 해체로 외부 활동에 대한 제한이 풀려 배달 앱 사용자 역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빅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월 기준 배달앱 3사의 앱 사용자(MAU) 수는 292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세로,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한 수치다.
배달비는 물론 배달 서비스 자체에 대한 가격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배달에 대한 비용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가 앱을 통한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높이 책정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배달앱 3사에 입점한 서울 시내 식당(음식점 34개, 메뉴 1061개)를 조사한 결과 배달 가격이 매장보다 비싼 식당이 98%에 달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그간 소비자와 업주의 배달 비용 부담은 낮춰드리면서 배민의 수준 높은 배달 품질을 제공해드리기 위해 고심했다”며 “알뜰배달 도입으로 소비자에겐 주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업주에겐 주문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며, 라이더 입장에서도 기존에 없던 배달 형태가 추가돼 새로운 수익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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