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험 드러난 특화은행..한국형 챌린저뱅크 출범 ‘급제동’

스몰라이선스·챌린저뱅크 해외 우수 사례 언급된 SVB 파산 충격
벤처금융 특화 자산 구조에 발목..소규모 특화은행 리스크 현실화
TF실무반 “특정 여신 집중 은행,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 필요”
금융당국 “SVB 파산은 특수한 영업구조 탓..당분간 경계감 가져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3.13 11:44 의견 0
미국 중소형 특화은행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소규모 특화은행의 부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자료=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소규모 특화 은행을 도입하려던 금융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 중소형 특화은행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소규모 특화은행의 부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TF’는 은행권내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스몰라이선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챌린저뱅크) 도입’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대출 전문은행, 지급 결제 특화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 은행의 업무범위를 세분화한 특화은행 설립을 허용해 신규 플레이어를 유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특화은행 사례로 미국의 SVB를 언급했다. SVB는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금융중개·지분투자를 수행하는 실리콘밸리의 지방은행이다.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한 특화은행처럼 기능해왔기 때문에 우리 금융당국에서도 주요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했다.

SVB 처럼 특화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하면 은행서비스 경쟁촉진과 비용절감 등을 통한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고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에 대한 관계형금융‧신용평가고도화 등을 통해 기존 은행서비스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SVB가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상 파산 선고를 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벤치마킹 사례로 SVB를 언급한 금융당국의 입장도 난처한 상황이다.

SVB가 파산한 주요 원인으로는 벤처금융에 특화된 SVB의 부채 및 자산 구조가 지목된다. 주요 고객인 미국 스타트업들이 성장 둔화로 현금흐름이 부족해지자 SVB에서 대거 예금을 인출한 것이 이번 파산의 단초됐다.

12일(현지시간) 폐쇄 소식이 전해진 미국 뉴욕 소재 시그니처은행도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자산에 특화된 은행이다. 지난주 가상화폐 거래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청산된 이후 SVB 파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시그니처은행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특화은행은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은행이라는 한계로 재무구조의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화은행이라는 특성이 급격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부족 사태를 맞으면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소규모 특화은행의 건전성 문제는 은행 제도개선 TF 실무반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특화은행의 경우 높은 경기순응성, 정확한 신용평가 어려움 등으로 부살화 가능성이 높고 지급결제 특화은행은 지급은 지급결제 업무로만 적절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금리 하락, 경기침체 등 은행경영 여건이 어려운 시기에는 신규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이 필요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SVB 파산으로 특화은행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은행업 진입 규제를 낮춰 한국판 챌린저뱅크를 도입하려던 금융당국의 계획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면서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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