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사, 주총 앞두고 ‘표몰이’..“이사회 독립적 vs 관치금융 막아야”

KB금융 이사회·노조, 잇따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
노조 제안 사외이사 선임·정관 개정 놓고 주주 설득
이사회 “이사회 독립적 운영..노조 제안 안건 불필요”
노조 “관치금융·해외사업 부진 우려..주주가치 제고해야”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3.09 10:42 의견 0
KB금융지주 여의도 신관 [자료=KB금융지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KB금융그룹 노사가 정관 일부 개정과 사외이사 선임 건을 놓고 표몰이에 나섰다.

KB금융은 이사회가 이미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제안한 안건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관치금융을 막고 주주·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꼭 통과돼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7, 8일 잇따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자료를 공시했다. 24일 주총 안건에 오른 정관일부 개정건과 임경종 사외이사 후보 선임건이 핵심 쟁점이다.

의결권대리행사는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주주의 위임장을 받아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주총에서 의사정족수 확보 차원에서 주주들에게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중요 의안의 표결에서 유리한 결과 내기 위해 행사되기도 한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7일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면서 노조가 제안한 정관 일부 개정안과 사외이사 추천안 등 2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노조는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정관 일부 개정을 건의했고 KB금융 이사회는 이를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정관 제40조 대표이사 등의 선임 항목에 ‘최근 5년 이내에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인 자는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문구를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우선 임 후보자 선임에 대해서 “사외이사의 전문적 정합성과 이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해 정착해 온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관 개정과 관련해서는 “본 안건의 내용이 직위의 제한이 없고 정당 등의 범위도 모호해 공직자윤리법 상의 취업제한 범위를 상당히 초과하고 있어 당사가 폭 넓은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국민은행 노조도 하루 뒤인 지난 8일 주주들에게 의결권대리행사를 권유하며 즉각 반박했다.

노조는 “최근 금융권 대표이사 인선과 관련해 이른바 ‘관치금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며 “KB금융은 그동안 주주 이익 침해방지,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기업 권력의 집중과 남용방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표이사 선임규정에 낙하산 인사 방지 조항을 신설하는 주주제안을 통해 관치금융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관 일부 개정의 건에 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조는 사외이사를 추천한 근거로 회사의 부진한 해외사업 실적을 들었다. KB금융은 현재 14개 국가에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독단적 경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4대 시중은행의 해외사업 순이익 규모는 신한은행 3091억원, 우리은행 2130억원, 하나은행 807억원 등 크게 약진한 반면 국민은행은 274억원에 머물렀다. 4분기의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으로 연간 적자 시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노조는 “해외사업부문을 정상화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KB부코핀은행에 대한 리스크를 보다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주주의 권리를 바탕으로 해외사업 영영에 탁월한 전문성과 식견, 풍부한 경험을 갖추었으면서도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 주주들이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권리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추천한 임경종 후보자는 수출입은행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사장을 역임하는 등 인도네시아 현지에 특화된 금융전문가로 알려졌다.

노조는 과거 다섯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매번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총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인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전체 주주의 70%가 넘는 외국인 주주의 표심을 얻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최근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노조가 제안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는 그 후보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만큼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정관 개정과 관련해서는 “노조는 정부의 영향력 등 그들이 주장하는 우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에서 위임을 받아 계속 비슷한 안건이 올라왔던 상황”이라며 “주주들이 판단해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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