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LG생활건강의 18년간 써 내려온 기록적인 성장세가 꺾이고 말았다. 지난해 국내외 경기 침체 및 소비 둔화로 국내 면세 채널과 중국 현지 매출이 부진해 화장품 사업이 고꾸라진 영향이다. 중국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져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정애 신임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1일 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한 1조8078억원, 영업이익은 46.5% 감소한 12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7조1858억원과 영업이익 7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2%, 44.9% 줄었다. 매출 규모의 경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영업이익은 그보다 더 전인 2016년보다 후퇴한 수준이다.
실적이 가장 위축된 사업은 단연 뷰티 부문이다. 뷰티 부문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27.7%감소한 3조 2118억원, 영업이익은 64.7% 감소한 3090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중국 광군제 행사에서 ‘후’ 브랜드가 신규 온라인 플랫폼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온라인 채널 다각화에 성과를 거뒀으나 중국 전반의 부진한 실적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생활용품부문과 음료부문의 경우 매출 성장을 통해 선방했다. 두 부문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각각 2조2098억원과 1조7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4%, 10.8% 성장했다. 마케팅 투자 및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수익성 개선은 어려웠으나 외형 성장은 지속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매출 감소 영향, 경쟁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와 원자재가 상승 여파에 따른 원가부담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한때 실적 성장을 주도했던 뷰티 사업에 발목이 붙잡힌 상황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당시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75% 이상 차지했다. 그러나 작년 실적에서는 45%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생활용품부문과 음료부문이 그동안의 실적을 방어해왔으나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및 물가인상의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당분간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작년 선임된 이정애 사장은 취임 첫 해부터 실적 개선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특히 해외 매출에 40% 이상 의존하고 뷰티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우선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뷰티 양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해외 매출의 글로벌화를 통한 분산 투자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셈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중국 시장에 대해 “시장과 고객 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기반 확대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할 생각”이라며 북미 시장에 대해서는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지난 2020년 이후로 북미 중심의 M&A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수합병 사례로는 리치 북미·유럽 사업권, 미국 보인카, 존슨앤존슨 도미니카 치실공장, 미국 더크렘샵 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의 매출 성과는 미미하다.
당분간 LG생활건강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점은 호재다. 그러나 마진이 높은 면세 채널이 회복되기 전까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결국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중국의 시장의 회복 여부에 좌우되는 셈이다.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올해 1분기는 중국 리오프닝 과도기다. 현지 시장 수요는 2월부터 나아지기 시작하며 국내 면세 시장은 아직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2분기부터 면세는 따이공 및 관광객 유입 등으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후행적으로 나타나 1분기 저점, 2분기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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