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KB국민은행 이재근 행장..구상보다 '실행력 앞세운 리더십'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1.22 08:00 의견 0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자료=KB국민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이 행장은 구상보다 실행력을 강조하는 리더였다. 덕분에 이 행장을 비롯한 국민은행 임직원들은 올 한 해 디지털플랫폼 구축과 영업점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올해 KB스타뱅킹은 그룹의 슈퍼앱으로 격상됐다. 올들어 1200만 월간활성사용자(MAU)를 모으며 시중은행 최고 뱅킹앱으로 자리매김했다. 빅테크와 인터넷은행에 대항해서는 대면 영업의 강점을 살려 영업시간 특화점포를 선보였다. 대면채널에 대한 니즈가 높은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영업채널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디지털 채널 혁신..차별화된 고객경험 제공

이재근 행장은 취임 당시부터 확고한 목표를 부여받았다. 전임 허인 행장 시절부터 다져온 ‘넘버원 금융플랫폼’ 구축이 그것이다.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은행의 플랫폼 역량이 새로운 경쟁 우위로 대두되는 시점이었다. 플랫폼 전환의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리더십이 요구됐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 행장을 높이 평가한 것도 변화·혁신 역량과 실행력을 겸비했다는 점이었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이 금융플랫폼 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경영과제 중 하나로 ‘고객 중심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 행장은 KB만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KB스타뱅킹을 금융뿐만 아니라 고객의 일상 생활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허인 행장은 지난해 10월 KB스타뱅킹을 전면개편했다. 흩어져 있던 뱅킹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묶었고 증권·카드·보험 등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인앱 브라우저’ 방식으로 연결했다.

바통을 넘겨 받은 이 행장은 올해 7월 추가 개편에서 참여 계열사 수를 6개에서 7개로 늘렸다. 또 연결성을 확대해 앱 이탈 없이 계열사 플랫폼 회원가입부터 앱 다운로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게 했다. 41개의 서비스를 추가해 총 72개 계열사 업무를 KB스타뱅킹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태생부터 원앱으로 출발한 빅테크의 금융앱을 제외하고 시중은행의 뱅킹앱 중에서 이 정도의 확장형 종합금융플랫폼 구축에 성공한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개편 이전 900만명에 못미쳤던 KB스타뱅킹의 MAU는 개편 후 시중은행 뱅킹앱 최초로 1000만명을 돌했고 최근 1200만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 영업의 패러다임 혁신 ‘9To6 뱅크’

지난 1월 3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자료=KB국민은행]

이 행장은 그룹 내 대표 ‘재무통’으로 불리지만 영업현장을 두루 거친 정통 ‘영업맨’이기도 하다. 부행장 시절 전국 1000여개 점포관리를 총괄하는 영업그룹장을 맡으면서 영업현장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 성장의 핵심 근간은 영업점의 세일즈 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봤다. 우선 전통적인 예대마진 성장이 밑바탕이 돼야 그 다음에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한 사업모델 강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그러면서도 국민은행이 혁신을 통해 전통적 은행에서 탈피하길 바랐다. 이 행장이 대면 영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도입한 ‘9to6뱅크’가 그 대표적 사례다.

9to6 뱅크는 오후 4시까지인 영업점 운영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한 특화 점포를 말한다. 기존 영업시간 내에 지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이 밀집된 지역에 위치한 72개 영업점이 9to6 뱅크로 선정됐다.

9To6 뱅크 직원은 오전조와 오후조로 구성돼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이에 따라 직장인, 자영업자 등 기존 영업시간 중 방문이 어려웠던 고객도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9To6 뱅크를 통해 고객 편의성 제고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직원들이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 원하는 근무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고객과 직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혁신사례를 남겼다.

■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실행력 강화가 답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영업점 혁신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다만 경쟁사인 신한은행에 뒤지며 리딩뱅크 타이틀은 내줘야 했다. 금리상승으로 수수료 이익과 자본시장 관련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 행장은 리딩뱅크라는 타이틀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진행된 창립 기념식에서도 이 행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호시우행(호랑이와 같은 눈빛을 띤 채 소처럼 나아간다)’의 자세로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반드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지난 7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창립 21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KB국민은행]

이 행장이 오히려 강조하는 것은 끝임없는 도전과 실행력이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아무리 멋진 말로 ‘KB 승리의 길’을 외쳐도 구체적인 실행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불조심이라는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난로 옆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소화기를 두자는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전략 실천에 함께하자”고 말한 바 있다.

내년까지 시장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은 내년에도 안정적인 ‘적정 성장’이 가능하도록 ▲개인·기업금융 부문 성장 기반 마련 ▲핵심 성장 Biz 부문 수익 창출 역량 강화 ▲대면·비대면 채널 간 유기적 결함을 통한 고객 접점의 경쟁력 강화에서 꾸준한 혁신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경력 및 약력

1993년 주택은행 입행

2013년 1월~2013년 7월 KB금융지주 비서실장

2013~2015년 KB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

2015~2016년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2017~2018년 KB금융지주 재무총괄 상무

2018~2019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전무

2020~2021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2022년~현재 KB국민은행장

■ 경영비전

최고의 인재와 담대한 혁신으로 가장 신뢰받는 평생금융파트너

■ 한줄 어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능력에 따라 보임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문화를 반드시 만들겠다.”

-은행장 후보자 선정 뒤 첫 출근길에서 최연소 은행장으로 지목된 소감을 밝히면서 성과주의 조직문화 강화를 예고했다.

“별은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다. ‘대한민국 금융의 별’, 나아가 ‘아시아 금융의 별’이 되겠다는 21년전 오늘의 다짐을 함께 새기자.”

-지난 11월 7일 창립 21주년 기념식에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의 사중고를 겪고 있는 경제상황을 언급하며 함께 헤쳐나갈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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