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는 MZ세대들이 선호할 만한 트렌디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자료=이마트]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상시 최저가 ‘가격의 끝’을 진행하던 이마트가 기존 정책을 중단하고 자체 브랜드(PB) 강화로 방향을 바꾼다. 제조업체의 연이은 가격 인상에 유통업체 입장에서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대신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피코크를 통한 혜택을 키우기 위해 연말까지 가격 동결을 약속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대표적인 PB브랜드 노브랜드·피코크 가격을 올해 연말까지 동결하고 필수 상품 품질 향상 및 신상품 개발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저가 프로젝트 ‘가격의 끝’은 중단하고 일주일 단위로 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마트는 지난 7월 필수 상품 40대 품목을 상시 최저가로 판매한다는 가격 정책 ‘가격의 끝’을 발표했다. 이는 매일 동종업계의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그보다 가격을 낮춰 업계 최저가를 유지하는 정책이다. 당시 이마트는 물가안정을 위해 연말 혹은 그 이후로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췄다.
그러나 이마트는 제조사의 제품 가격 및 각종 제반비용이 모두 인상되면서 최저가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가격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유통업체도 가격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유통업체 측 마진을 줄이더라도 고객이 체감할 만한 가격적 혜택을 제공하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물가 인상에 따라 PB 상품 역시 가격 인상 요인은 있다. 하지만 일반 상품과 비교하면 내부적인 비용 효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더 적합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피코크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맞춤형 상품 개발에 애쓰고 있다. [자료=이마트]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물가 인상 기조가 지속되자 가성비 높은 PB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올해 1월~8월까지 노브랜드·피코크 상품의 점포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제조사 상품(NB) 매출액은 1.4% 성장했다. 이마트 PB 상품 매출이 일 상품보다 약 4배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PB브랜드의 성장은 고물가로 가계 사정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가성비’ 상품에 수요가 몰렸다는 방증이다.
이마트의 PB브랜드 강화 역시 고객에게 실질적이며 와 닿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1500여개, 피코크 700여개 모든 상품의 가격 동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고객이 체감하는 혜택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PB 상품은 통상 NB 상품에 비해 유통사가 상품의 가격과 품질을 관리하기 용이하다. 중소업체와 협력을 통해 상품 생산 및 물류 단계를 간소화하는 등 원가 절감도 수월하다. 개별 상품이 아닌 PB브랜드 자체를 홍보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유통사 입장에서 PB브랜드는 재량을 키우고 실속도 챙기는 ‘알짜’ 상품인 격이다.
이마트의 PB브랜드 경쟁력 강화는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364억원 영업적자를 내며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가격 경쟁력 및 고객 혜택을 강화한다는 취지와 더불어 PB 상품을 강화해 내실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마트는 대표적인 PB브랜드 노브랜드·피코크 가격을 연말까지 동결한다. [자료=이마트]
이마트는 PB 상품 중에서 필수 먹거리와 일상용품이 많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구매 빈도가 높은 노브랜드 25개 주요 상품은 일반 상품 대비 평균 46% 저렴하다. 피코크 밀키트 역시 외식 메뉴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노브랜드·피코크 가격 동결은 향후 PB브랜드를 중점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올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브랜드는 실속 있게 유행을 챙기는 MZ세대를 만족시키고 피코크는 시장 변화를 파악해 트렌드 상품을 발굴하며 고객층 및 브랜드 경쟁력을 확대하고자 한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