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기준금리 연속 4회 인상..고물가·환율 급등에 "안타깝지만 불가피"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8.25 11:51 | 최종 수정 2022.08.25 11:58 의견 0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인상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금리상승기에 돌입했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날까지 약 1년 사이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모두 2.00%포인트 높아졌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출석해 “물가 (상승률) 수준이 2~3%면 국민이 물가 상승을 못 느끼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상승세가) 가속된다”며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역대 최고였던 7월(4.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인상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초래해 한은은 격차 해소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연준의 7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의지가 다시 확인된 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346.6원(장중)까지 뛰자 금리 인상 필요성은 더 커졌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지만 다음 달 미국 연준이 최소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다시 역전될 전망이다. 곧 미국 우위로 다시 뒤집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준의 자이언트 또는 빅 스텝에 대응해 금통위가 다시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통위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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