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전통주’ 인정받나..주류업계, “환영, 다만 구체적인 논의 필요”
전통주산업법 개정안, 전통주 개념 재정립..지역특산주와 이원화
지역특산주, 수제맥주·브랜디 등 포함 가능성도..법적 완화 필요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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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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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업계가 막걸리의 전통주 개념 재정립에 대해 환영하고 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전통주 혜택을 놓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주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다만 국민의 인식을 반영하지 못 했던 전통주 개념 재정립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온라인 판매·주세 감면 등 혜택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1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전통주 범위를 조정하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막걸리 등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주류를 전통주로 인정하고 기존 전통주로 포함된 지역특산주를 별도로 분리해 전통주의 개념을 재정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전통주산업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장인(무형문화재)·명인이 제조한 ‘민속주’와 농민·농업법인 등 농업경영체가 양조장 소재지 혹은 관할·인접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제조한 ‘지역특사주’로 나뉜다. 이 같은 전통주의 법적 기준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7년 7월 1일 개정 이후부터다.
가장 큰 변화는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다. 정부는 전통주산업을 보호·육성 차원에서 전통주 사업에 관한 혜택을 강화했다. 특히 제조업체·공공기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만 가능했던 전통주를 일반 온라인 몰로 경로를 확대해 판매 활성화를 유도했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통주 온라인 판매금액은 2016년 6억원에서 2017년 12월 2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 전통주 사업의 틈새로 몸집을 키운 주종은 일반적인 인식 아래 전통주로 알려진 민속주가 아닌 지역특산주다. 지역특산주의 경우 농업법인이 지역농산물로 만든 술이면 종류와 상관없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인이 만든 ‘토끼소주’나 사과 와인 ‘헤베 애플사이다’ 등은 법적 전통주로 현재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반면 전통주로 알고 있는 시중의 막걸리·청주 등은 ‘전통주 등’에 분류돼 법적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산 주체 및 농산물 생산지가 현행법 요건에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전통주에 대한 개념이 충돌하자 혼란이 가중되던 상황이다. 전통주산업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화두에 오르면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통주산업법의 연내 개정을 선언했다.
다만 막걸리업계는 막걸리가 법적인 전통주로 인정받는 부분은 환영하면서도 온라인 판매·주세 감면 등 혜택을 놓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전통주지만 공식적인 법적 전통주로 인정될 경우 혜택을 받는 양조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존의 혜택 아래 있던 막걸리 소규모·영세 양조장의 경우 온라인 판매 등에서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부담을 호소한다.
한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개념적으로 막걸리가 전통주로 인정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에서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온라인 판매 등 혜택을 놓고 입장 차가 있다”며 “소규모·영세 양조장과 달리 대규모 양조장 측은 혜택 없이 전통주의 법적인 개념 재정립만 바란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어 법 개정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걸리업계 전반에서는 전통주산업법이 개정되면 막걸리라는 주종 자체를 공식적인 ‘전통주’라고 칭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더욱 익숙하고 친밀한 전통주로서 활성화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이원화 과정에서 수제맥주·브랜디 등 기타 주종을 지역특산주로 편입을 검토한다는 정책 표명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수제맥주·브랜디 등 주종은 지역특산주로 포함되지 않던 주종인데 이들이 포함될 경우 온라인 판매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게 돼서다. 다만 수제맥주업계는 기존의 지역특산주의 인정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나 브랜디 등 주종을 지역특산주로 인정해준다고 해도 맥주를 만드는 홉·맥아 등 원재료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사실상 국산 원료만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며 “기존의 법 규정 아래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제맥주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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