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너무 오른 ‘런치플레이션’에 가성비 승부..마트·편의점, 간편식 격전지로 ‘쑥’

통계청, 외식 물가 8.4% 급등..약 30년에 최고치
런치플레이션에 마트·편의점 '간편식' 수요 증가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8.05 13:50 의견 0
이마트 성수점에서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자료=이마트]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중견기업을 다니는 김 씨(30)는 요즘 점심시간마다 식당이 아닌 사옥 1층 편의점을 찾는다. 식대는 한정적인데 밥 한 끼에 1만원 이상 식비를 지출하기 부담스럽고 무더위에 밖을 돌아다니기도 힘들어서다. 외식비는 아끼고 여유시간은 늘릴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식품 물가가 폭등하면서 직장인·대학생 점심 값이 오르는 ‘런치플레이션’이 유통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런치플레이션은 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물가 인상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신조어다. 올해 밥상·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비교적 저렴한 간편식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5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3% 올라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은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에서 외식 물가는 8.4% 급등해 약 30년(199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달성했다.

특히 폭염과 장마로 인한 농산물 작황 부진에 따라 식품 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8.5% 급등해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가 7.1% 상승했다. 오이·배추 등 채소류의 경우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최고 70% 이상 뛰는 등 식품 물가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가 체감하는 ‘런치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외식비 가격동향에 따르면 8대 외식 품목 하나인 냉면 가격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1만423원으로 1만원을 돌파했다. 짜장면 한 그릇도 올해 처음 6000원대를 넘어섰다.

점심값 1만원 시대에 들어서자 합리적인 식사를 원하는 수요가 마트와 편의점 간편식으로 몰리는 추세다. 마트·편의점의 경우 대부분 4000원~8000원대 ‘가성비’ 간편식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점포에서 도시락·김밥·샌드위치 매출이 오르고 있다.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백종원 간편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자료=BGF리테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점심시간(11~13시) 즉석조리식품 코너 매출이 이마트는 30%, 홈플러스는 49% 급증했다. 국내 편의점 도시락 매출 역시 최근 두 달 간 CU(35.5%) GS25(49.8%) 세븐일레븐(40%) 이마트24(48%)에서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통업계는 간편식 수요 증가에 맞춰 신제품 출시 및 리뉴얼, 구독·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맞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샌드위치·샐러드 제품을 리뉴얼하고 매월 정기적인 간편 조리식품 신상 출시로 계절감 및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샌드위치·샐러드 메뉴 리뉴얼 및 신제품을 추가로 ‘갓성비’ 메뉴를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업계도 간편식 수요 잡기로 분주하다. CU는 지난달 간편식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한편 이달 백종원 간편식을 출시해 간편식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GS25는 여름철 조리면 신제품을, 세븐일레븐은 김치브랜드 종가집과 협업해 여름철 입맛 잡기에 나선다. 이마트24의 경우 간편식 제품군을 확대하고 도시락 할인권을 반값에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식품 가격이 계속 올라 점심 물가를 상쇄할 수 있는 가성비 간편식사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8000원 미만의 합리적 가격에 샐러드·샌드위치부터 초밥·함박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의 점심 수요가 몰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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