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오르고 팜유도 오르고”..라면업계, 또 다시 원가 부담에 하반기 ‘적신호’

라면 3사, 올해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모두 증가
밀가루 하반기 지속 상승 가능성..수급 대란 및 이상 기후 영향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6.22 15:20 의견 2
마트 매대에 진열된 라면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라면업계가 연이은 글로벌 악재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격 인상에 따라 라면 3사 모두 올해 1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국제 원재료 가격이 줄줄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공시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7363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뚜기는 매출이 10.6% 성장한 6712억원, 영업이익은 21.1% 오른 59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2021억원, 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각각 44%, 71% 급증했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등 내식증가로 면·스낵 주력 제품 판매 증가했고 해외사업 성장으로 인한 결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물량 증대 및 환율 상승 등에 힘입어 국내외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며 “지난해 주춤했던 수출 성장세는 중동 등 신시장 판로 개척과 중국 및 미국 현지판매법인 영업 개시 등에 따라 회복됐다”고 말했다.

라면업계의 실적 개선은 가격 인상 효과가 주효했다. 라면 3사는 지난해 8월 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역시 원자재 부담과 코로나 특수로 인한 역기저 효과로 실적이 악화하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그 결과 올해 라면 3사의 실적은 모두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올해 또 다시 원자재 부담 압박이 라면업계를 덮치면서 하반기 실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곡물 공급량 감소와 인도의 밀 수출 중단,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재규제 등 라면의 주요 재료인 밀(소맥)과 팜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소맥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1.7% 올랐다.

특히 밀가루 가격 상승세는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세계 밀 수출량 30%를 생산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공급망이 막힌 데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밀 수확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은 가뭄으로, 인도는 폭염으로 밀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세계적인 밀 수출국 4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원가 압력 수준이 작년 가격 인상분을 상쇄할 만큼 높아지고 있으나 라면업계가 가격을 연이어 인상하기도 부담스럽다. 라면은 대표 서민 식품이라는 명목 아래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심한 품목 중 하나다. 지난해 오뚜기가 13년 만에 라면 가격 인상을 발표했으나 반발이 심해지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증권가는 라면업계가 하반기 원가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2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가중돼 하반기부터 라면 가격이 추가로 인상되지 않을 경우 밀·팜유 등 원자재와 포장재 등 부자재 판가 부담으로 하반기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소맥분과 팜유, 포장재 모두 전쟁 및 국제 공급망 불안정에 따라 변동성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밀가루·팜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의 효율화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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