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내 음료 언제 나오나” 줄줄이 대기하는 스타벅스..진동벨 왜 없을까?

스타벅스 글로벌 경영 철학, 고객과 아날로그적인 소통 중시
세계 최초 국내 '사이렌 오더' 서비스..진동벨 기능과 소통, 동시에 잡다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6.21 15:41 의견 6

여의도 소재 스타벅스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A-72번 고객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스타벅스 음료 픽업대는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출퇴근·점심시간 등 피크 시간 픽업대는 더욱 붐빈다. 진동벨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고객들은 본인의 음료가 제조돼 나올 때까지 픽업대를 지키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음료가 준비되면 고객을 부르는 바리스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에는 진동벨도 키오스크도 없다. 비대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현 시대에 반(反)하는 운영 방침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디지털의 편의를 취하지 않는 이유는 ‘글로벌 경영 철학’에 있다. 고객과의 유대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직원이 고객의 눈을 마주보며 직접 커피를 건네는 감성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이를 통해 고객과 유대감이 형성된다고 믿는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에서 키오스크나 진동벨을 운영하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진동벨의 경우 위생상 문제도 지적한다. 진동벨 특성상 매일 소독을 거치더라도 사용되는 하루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전 세계 카페에서 진동벨을 사용하는 문화는 한국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영 방침이 아날로그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이유도 있지만 미국 본사와 진동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당시 위생상 문제 등에서 문화적인 차이로 이견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사실상 한국 기업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1999년 이마트와 스타벅스인터내셔널이 각각 지분 50%를 출자해 국내로 들어왔다. 지난해 7월 이마트는 싱가포르투자청과 함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전량을 미국 본사에서 인수했다. 현재 이마트는 지분 67.5%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다만 국내 스타벅스는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해 사용하는 입장인 만큼 미국 본사의 경영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SCK컴퍼니로 법인명을 변경 후 현재 매출의 약 5%를 본사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벨의 부재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체재로는 국내 스타벅스가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 도입한 ‘사이렌 오더’가 있다. 사이렌오더는 음료를 원격 주문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앱을 통해 음료 주문 및 결제 후 음료가 나오면 스마트폰 알림이 진동벨 기능을 대신한다. 고객이 앱에 등록한 닉네임을 호명하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강조하고 고객별 빅데이터를 확보해 충성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사이렌 오더의 도입에도 진동벨의 부재를 감당하기는 부족한 현실이다. 스타벅스가 국내에서 자리 잡은 만큼 고객 편의와 현지화를 위한 진동벨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기존 서비스를 고집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매출 2조원대로 영향력도 충분한 데다 충성 고객층도 튼튼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니즈에 따라 현재 사이렌 오더를 통한 주문은 전체 주문량의 30% 정도”라며 “진동벨 기능을 대신하면서 닉네임을 불러 친밀한 소통을 하는 동시에 픽업대에 몰리는 고객들을 분산시키기 위한 기능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개발돼 전 세계로 역수출된 서비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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