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식탁 위 막걸리의 여정..국내 최대 전통주 양조장, 국순당을 찾다

국순당, 생쌀을 그대로 갈아 쓰는 ‘생쌀발효법’ 특허
전통주 제법 적용한 50주년 기념 증류주 ‘백세고(百歲膏)’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5.23 14:47 | 최종 수정 2022.05.23 16:20 의견 0
국순당 내부에 전시된 백세주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우리나라 ‘전통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술, 바로 막걸리다. 막걸리는 1960년대 당시 압도적인 전체 주류 소비량 80%를 차지했던 국민주다. 막걸리 역사가 깊은 만큼 전통주 기업 국순당의 역사 또한 길다.

국순당은 지난 1970년 설립돼 올해 52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4년 강원도 횡성에 국내 최대 규모 전통주 양조장을 준공해 백세주와 유산균 막걸리, 생막걸리 등을 생산 중이다.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에 수출돼 우리나라 전통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순당 양조장 전경 [자료=국순당]

우리나라 전통주 막걸리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강원도 횡성을 찾았다. ‘술이 샘 솟는다’는 의미의 주천강(酒泉江) 변 해발 500M에 위치한 국순당 양조장은 울창한 숲 속에 감춰져있다. 귀가 먹먹해지고 깊은 숨이 절로 들이마셔지는 청정지역은 평화로웠다.

국순당 양조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은 크게 양조공정과 제품공정으로 나뉜다. 양조공정에서 쌀 등 원료로 술을 만들고 제품공정에서 술을 병과 패키지로 상품화해 출하한다. 쌀이 술로, 술이 탁주·청주·약주 등 상품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추적해본다.

양조장에 입실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사진=김제영 기자]

가장 먼저 양조장 내부 입장을 위해 위생관리 단계를 거친다. 국순당은 지난 2016년 전체 품목에 대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철저한 위생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위생모와 가운·덧신 착용 후 이물 흡입기, 손씻기, 에어샤워기 등 단계를 거쳐 입실한다.

원료보관실과 담금실 내부 시설 [자료=김제영 기자]

처음 방문한 곳은 원료 보관실이다. 원료 보관실은 주원료인 쌀과 부원료인 첨가물류(구연산·산미료·포도당·향료 등), 효소제 등을 보관한다. 원료 보관실은 항온·항습시설로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국순당은 술을 빚을 때 고두밥을 찌지 않고 생쌀을 그대로 갈아 쓰는 ‘생쌀발효법’을 활용한다. 보통 술을 발효하려면 고두밥이 필요하지만 국순당은 생쌀을 발효시키는 누룩을 개발했다. 이는 고려시대 백하주 제법을 복원한 특허 기술이다. 이 덕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다음은 담금실이다. 담금 공정은 쌀 원료를 사용하기 전 준비 단계다. 이물질 제거 후 쌀 저장 및 계량, 세미(물로 세척하는 과정), 침미(물에 담가두는 과정)를 거쳐 분쇄기로 쌀을 갈아 발효탱크로 이송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당한다.

발효탱크 관리 현황과 4만리터 발효탱크 모습 [사진=김제영 기자]

발효탱크를 관리하는 공간은 발효 관리실이다. 발효탱크는 주로 4만L 용량으로 구성돼 최대 84만L 동시 발효가 가능하다. 4만L 탱크 하나에서 제품 15만병 정도가 생산된다. 발효공정에서 중요한 점은 균일한 발효다. 알코올 발효 시 효모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제어 과정을 거친다. 탁주는 통상 7일, 청주·약주는 10일까지 발효한다.

탁주·약주는 녹말 당화와 알코올 발효를 한 번에 하는 ‘병행복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발효를 마친 나주(아무것도 가미 안한 술)는 도수가 약 18~20도다. 나주에서 술지게미 등 걸러낸 후 물을 타 술을 만든다. 기본적인 수준만 거르면 탁주, 압착 및 여과해 맑은 술을 분리하면 청주·약주가 된다.

생산된 나주는 저온저장실에서 저장된다. 냉장의 법적 기준은 10도 이하, 국순당의 경우 5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제품 생산 계획이 나오면 저장 나주를 활용해 술을 만든다. 먼저 물을 타 알코올 도수를 낮춘 후 제품 구성에 따라 제성 과정(부원료 첨가)을 거친다. 제성을 거치면 실제 시중에서 맛볼 수 있는 제품의 맛을 갖추게 된다.

물과 술, 스팀 등이 배관을 통해 제품공정으로 넘어간다. [사진=김제영 기자]

양조공정의 마지막 여과다. 백세주 같은 청주·약주 등 맑은 술은 마지막 여과를 거친다. 법적 혼탁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또 단백질 침전 등을 사전에 제거해 침전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든 공정을 마친 술은 각각의 배관을 통해 제품공정으로 넘어간다.

제품공정은 술에 병과 패키지를 입힌다. 첨단설비를 통해 백세주(375ml)는 분당 600~700병, 보통 탁주(750ml)는 최대 260병까지 생산한다. 술이 병에 담기는 클린룸은 병 내부를 고압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한 후 술을 주입, 병뚜껑을 막는 공간이다. 클린룸은 청정구역으로 입장이 불가하며 양압계를 통해 내부 압력을 확인한다.

술이 담긴 병은 라벨을 입는다. 탁주의 경우 전체 패트를 필름으로 싸는 ‘풀라벨’ 형태다. 환경문제로 유색 패트가 제한돼 투명 패트를 사용하는 대신 햇빛이나 각종 빛에 의해 맛이 변질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병 전체를 라벨로 감싼다. 국순당 탁주는 대부분 풀라벨이다.

자동검사와 육안검사를 거쳐 포장돼 출고되는 막걸리 [사진=김제영 기자]

제품이 완성되면 마지막 검수 과정을 거친다. 병뚜껑과 용량, 유통기한, 포장 완성도 등을 검사한다. 기계를 통한 자동검사 한 번, 사람 눈을 통한 육안검사 두 번을 거친다. 검사가 끝나면 12입, 20입 등 묶음 포장한다. 포장 후 최종 무게를 측정해 출고에 알맞은지 확인 후 물류용 바코드가 부착된다. 포장된 술은 자동 적재 시스템을 통해 바로 냉장 보관된다.

백세고 [자료=국순당]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전통술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국순당은 올해 50주년을 기념해 최고급 증류주 ‘백세고(百歲膏)’를 출시 중이다. 백세고는 사라진 전통주 복원 사업에서 옛 문헌에 소개된 전통주 제법을 적용해 7년간의 연구를 거쳐 탄생했다. 지난 1월부터 1년 간 순차적으로 총 1000병 선보일 예정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국순당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으로 우리 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50년 동안 노력했다”며 “자취를 감춘 우리 술을 재현해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복원하고자 복원을 통해 조상들의 발효과학의 노하우가 전통주 개발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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