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기준 실효성’ 해석 달랐다..DLF 소송 패소로 하나금융 함영주 체제 ‘흔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DLF 징계 취소 재판 패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재판과 정반대 결과에 당혹
“하나은행 내부통제절차 실효성 없어..중징계 정당”
차기 회장 선임 예정대로..항소로 유무죄 가린다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3.15 10:27 의견 0
지난 11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버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10년 만에 수장 교체를 앞둔 하나금융그룹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차기 회장에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예상밖의 패소를 하면서다.

재판부는 우리은행 판결 때와는 달리 하나은행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등 위반을 인정해 정반대의 판결을 내놨다. 하나은행 측은 즉각 항소해 다시 한 번 법리를 다투기로 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전날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는 동일한 사례로 재판이 진행된 우리은행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금융감독원은 DLF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주요 판매사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각각 6개월 업무 일부 정지 제재와 167억여원, 197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의 중징계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손 회장은 지난해 8월 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승소 사례를 고려해 함 부회장의 소송 결과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해왔는데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 여부가 문제된 886건(가입금액 1837억원) 계좌 모두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

해당 계좌의 판매과정에서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및 설명서 교부의무 ▲녹취의무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이러한 불완전판매를 하나은행이 초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재판부가 하나은행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마련’ 여부가 제재의 근거가 되느냐는 부분에서 두 재판부의 판단이 갈렸다.

지난해 판결에서 우리은행은 내부통제절차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등 흠결이 있음에도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제재조치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였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등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함 부회장을 담당한 재판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원회 고시에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할 수 있도록 재위임했더라도 이러한 관계 법령의 목적론적·체계적 해석에 비춰 충분히 그 범위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법령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어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며 “준법감시인제도의 형식적인 운영 등에 비춰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점검기준 마련의무도 그 위반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25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오른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앞서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처분의 효력 정지 기간을 ‘1심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정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주총소집공고 관련 정정공시를 내고 “본 판결에 대해 항소 예정”이라며 “기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여서 판결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입장자료를 통해 “그동안 본 사안 관련해 법적, 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한편 손님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음에도 당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 분석 검토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전날 저녁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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