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수급 ‘불안정’ 라면·빵 영향 받나..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식품업계 물가 ‘우려’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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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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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국제사회 간 갈등이 심화되자 원자재 수급 차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원유·곡물 등 세계적인 수출국으로 가격 폭등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는 빵·라면 원자재인 곡물 가격 인상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 곡물 수급안정 사업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곡물 수입 중 밀·콩·옥수수 3대 곡물 비중이 95%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밀의 경우 미국·호주·우크라이나 3개 국가에서 약 80%를 수입하고 있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자급률은 저조하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밀 0.5%, 옥수수 0.7%로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넓은 영토를 토대로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에 속한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면적에서 80% 이상이 농사가 가능한 비옥한 지대로 세계 밀 수출 9%와 옥수수 수출 1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 농작은 중단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주요 공격지인 동부 지역이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 농작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밀 수출 1위 국가로 전 세계에서 밀 수출 18%를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수출 및 외환 거래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가 더해지면서 러시아 수출길에도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밀 수출량의 4분에 1을 차지하고 있는 두 국가의 식량 수출이 불안정해지자 곡물 공급 타격 및 가격 급증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연초부터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 불안정에 따라 물가 인상 ‘도미노’를 겪고 있다. 원자재 공급 차질은 코로나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이기도 하다.
밀가루의 경우 글로벌 소맥(밀) 가격이 상승하자 국내 제분업체들이 지난해 7월 밀가루 판가를 7~8% 인상한 바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분업계는 밀가루 원가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소맥 가격은 17.3%, 옥수수 가격은 7.3% 상승했다. 당분간 제분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밀가루가 원재료인 라면·빵 등 식품기업은 제분업체에서 밀가루를 조달받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없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에 따른 소맥 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밀가루 판가 인상 여부가 관건이다. 밀가루 판가 인상 시 식품기업의 재고 수준이 약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식품업체는 하반기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연구원은 “소맥 가격 강세에 따라 원재료 부담 우려가 제기되면서 라면 업체들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며 “연간 2000억원 내외 밀가루를 소비하는 농심의 경우 밀가루 가격이 5% 인상되면 원가 부담이 약 100억원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가축 사료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수입하는 곡물 중 67.7%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사료 곡물 값 급등에 따라 고기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CJ제일제당과 동원F&B는 각각 스팸과 리챔 등 캔햄 판매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다. 곡물가격이 인상되자 사료 가격과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만약 하반기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면 다시 한 번 판가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업체가 추가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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