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올해로 창립 133주년을 맞이한 야마하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시피 한 기업이자 브랜드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피아노, 기타, 첼로, 플릇, 드럼, 신시사이저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하이파이 오디오와 홈씨어터 AV 시스템 제품으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능률·고효율을 뜻하는 '하이파이(HiFI, High Fidelity)'는 야마하가 60여 년 전 오디오 컴포넌트를 출시하면서 처음 사용됐고, 현재는 고음질 오디오 시스템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이 밖에 야마하 바이크도 꽤 유명하지만 야마하 바이크는 일찌감치 분사됐고 추가로 헬멧, 모터보트, 엔진, 제트스키, 골프용품 등도 만들고 있다. 일반인의 생각보다 그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 하이파이-AV로 성장한 야마하, 헤드폰은 아쉬워
야마하는 전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AV(Audio-Visual) 산업과 발 맞춰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야마하는 스피커 뿐만 아니라 AV 리시버, 하이파이 앰프, CD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 등 다양한 제품들을 고품질로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기다란 바(Bar) 형태로 된 스피커 시스템 '사운드바'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야마하마는 오디오 분야에서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야마하도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는데, 헤드폰과 이어폰 시장을 너무 만만히 본 것이다. 10년 전쯤 '닥터 드레' 헤드폰이라 불린 비츠 오디오의 헤드폰과 다른 디자인 헤드폰의 인기, 그리고 스마폰의 본격적인 출시로 야마하도 헤드폰과 이어폰을 출시했지만 지나치게 외형에 치중하고 원음을 추구한 탓에 대중 성향과는 다소 동 떨어진 밋밋한(플랫한) 사운드를 선보여 시장에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야마하는 헤드폰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과거처럼 5.1~7.1채널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고 사운드바와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시스템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1인가구의 증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욜로(YOLO)족의 증가로 인해 고가 헤드폰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야마하는 수 년간 사용자가 선호하는 제품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했고 그 결과 야마하가 가장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해 최고급 헤드폰 'YH-L700A'를 출시했다.
■ 야마하 헤드폰 맞아? 강력해진 저음과 풍성한 공간감 일품
야마하의 헤드폰은 과거 플랫한 사운드와 헤드폰 유저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꼽혔다. 이에 야마하는 제품을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우선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보다 오디오파일(Audiophile)이 좋아할 만한 마니아형 제품을 개발했다. 야마하 브랜드를 보고 수십만 원을 기꺼이 쓰려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야마하 제품을 아는 사람일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렇게 선보인 YH-L700A는 귀를 완전히 덮는 서큐머럴(Circum-aural) 타입에 이어컵은 스피커 그릴이 연상된다.
사운드는 기존 야마하 사운드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특색을 지녔다. 기존의 얌전했던 음에서 벗어나 저음의 양, 펀치력, 단단함이 한층 배가됐다.
특히 야마하가 30년 이상 사용해 온 시네마 DSP 프로세싱이 적용돼 2채널 유닛으로 멀티채널 사운드 효과를 제공한다. HRTF(head-related transfer function)라는 오디오 기술을 사용해 두 귀에서 들리는 오디오를 합성하고, 2채널 음원을 3D 사운드로 전환한다. 이로써 음악은 한층 풍성해지고 공간감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 고개를 돌리면 소리 방향도 바뀌어..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헤드 트래킹'
YH-L700A도 최신 무선 헤드폰의 트렌드인 '향상된 능동형 소음 감소(Advanced Active Noise Cancelling)'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서 '향상된(Advanced)'이라고 명명된 것은 음악 신호에 어떠한 처리를 하지 않아 외부 소음 감소와 더불어 재생음이 변형되지 않도록 한 것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외부 소음 감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마이크를 통해 외부 소음을 분석해 그 반대 주파수를 생성, 소음을 상쇄하는 구조다. 이 때 주변 소음과 음악의 신호가 섞여 노이즈 캔슬링돼 재생되는 소리가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 시 살짝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야먀하는 소음과 재생음을 분리해 소음만을 지운다. 그러나 음원의 왜곡이나 변형을 없애는 선에서 소음을 제거하다 보니 소니 WH-1000XM4나 보스 QC45만큼 소음을 억제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음악을 재생하는 상황에서 주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상당히 준수한 수준의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들려준다.
또 다른 특징은 '헤드 트래킹' 기능이다. 이 기능은 오디지(AUDEZE)의 모비우스(Mobius) 게이밍 헤드폰에서 먼저 적용된 기능인데 머리의 방향에 따라 사운드의 재생 방향이 변화하는 기능이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오는 위치가 바뀌지만 실제 가수가 노래하는 곳을 지나가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소리 변화가 인상적이다.
머리 방향에 따른 음상의 위치 변화가 무척 자연스러워 처음에는 헤드폰을 착요하고 계속 고개를 도리도리했던 기억이 난다.
■ 영화 감상에 최적..시네마 헤드폰 시장 열까
YH-L700A은 음악 감상에 무척 좋다. 아웃도어 라이브, 오디오 룸, 백그라운드 뮤직, 시네마, 드라마, 뮤직비디오, 콘서트 홀 등 야마하가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공간에 적합한 사운드를 재생해 준다. '아웃도어 라이브'를 선택하면 소리에 하울링과 잔향감이 강조된다. 오디오 룸은 음상이 좀 더 가까워진다. 청취 모드에 따른 음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타 헤드폰에서는 불가능한 재미다.
시네마 모드를 선택하고 영화를 재생해봤다. 디즈니 플러스에 새로 추가된 '이터널스' 초반, 지구에 도착한 이터널스들이 데비안츠와 처음 싸우는 장면에서 서라운드감과 타격감이 인상적이다. 길가메쉬의 펀치가 주는 타격감이 다소 아쉽지만 시종일관 강력한 저음이 재생돼 영화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셀레스티얼 종족이자 이터널스 멤버의 창조주인 아리솀이 말할 때는 강력한 극저음이 진중한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넷플릭스의 '섀도우 앤 본'은 가상의 근대 국가를 배경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그리샤의 음모와 이를 막으려는 '선 서머너' 알리나의 모험을 그린다. 북적거리는 거리를 거닐 때의 일상 소음이 풍성하고 그리샤가 마법을 사용할 때의 효과음이 전후좌우로 휘몰아치는 게 잘 느껴진다.
YH-L700A의 강점은 바로 이 영화 재생에 있다.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된 블루투스 헤드폰의 음질에서 벗어나 이 헤드폰은 영화와 드라마 등 시청 시 홈씨어터 공간에서 시청하는 듯한 생각을 들게 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왓챠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영화처럼 즐기게 해주는 이 헤드폰의 기능은 가격을 뛰어넘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야마하뮤직코리아에서 YH-L700A 헤드폰을 '시네마 헤드폰'이라고 소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당연히 게임을 할 때도 한층 풍성한 사운드는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 3D 사운드 활성화 시 재생시간 급감 아쉬워
음악에서, 영화에서 뚜렷한 공간감과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무선 헤드폰이 현재로서는 YH-L700A 밖에 없지만 가격은 49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위에 언급한 소니·보스 헤드폰의 출고가보다 저렴하고 해외 가격보다도 저렴하게 책정됐다.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이 헤드폰의 가격은 499달러(약 60만원)나 되니 해외직구보다도 저렴하게 출시된 셈이다.
이러한 특징 덕에 YH-L700A은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야마하뮤직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총판에서 2주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놀라운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몇 가지 존재한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다소 짧다. 스펙 상 약 3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지만 이것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만 활성화시킨 시간이다. 3D 사운드 필드가 꺼져 있어야 34시간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3D 사운드도 켠다면 재생 가능한 시간은 11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볼륨의 크기와 일시정지/재생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기타 버튼들의 위치가 직관적이 않은 점도 불편하다. 익숙해질 때까지 몇 차례 손가락으로 헤드폰을 더듬으며 버튼을 찾아야 한다. 물론 며칠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만 그 조차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헤드폰들을 쓰다 YH-L700A을 쓰면 아무래도 처음 며칠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 외에는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렵다. YH-L700A의 충전 단자는 일반화된 USB C-타입이며 패키지에는 충전 케이블과 3.5mm AUX 케이블도 동봉돼 있다. 또 비행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항공 커넥터도 제공된다.
직장인의 백팩이 얇아진 것을 배려해 이어컵이 좌우로 회전하고 접혀 보스 QC45 케이스처럼 얇게 수납할 수 있다. 오버이어 타입 헤드폰이지만 접으면 부피가 작은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5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고성능 사운드바와 AV 리시버의 음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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