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여성 임원 비율 4.5% 불과..유리천장 지적에 정작 현직들은 “잘 못 느낀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여성 직원 전체 39.8%..여성 임원은 전체 임원 대비 4.5%
현직자들 "제도 개선돼 피부로 와 닿는 유리천장은 적어" 의견 많아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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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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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전체 임원 대비 여성임원 비율과 수 [자료=정혜영 정의당 의원실]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국내 금융업계에선 증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과는 별개로 현직들은 ‘유리천장’을 많이 못 느낀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라 관심이 쏠린다.
1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57개의 전체 임원은 1311명이다. 이 중 여성임원은 59명으로 증권사 전체 임원의 4.5%에 해당한다. 다른 금융업계와 비교하면 4.5%는 상당히 낮은 수치다.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임원 대비 여성 임원은 12.4%, 보험사는 8.6%, 자산운용사는 8.0%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업계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7.4%다.
금융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적어 증권업계의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 직원 비율이 낮은 상태에서 임원 비율도 같이 낮으면 전혀 그렇게 안 느껴질 것”이라며 “여성 직원 비율은 전체의 40%에 달하는데 임원 비율은 4.5%밖에 안 되니 유리천장이 없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증권사 여성 직원은 전체 3만6047명 중에 1만4356명으로 전체 직원 대비 39.8%를 차지한다. 반면 여성 임원은 4.5%다. 단순 비율상으로만 보면 전체 여성 직원의 9분의 1 정도만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업계 우려와는 달리 현직들이 피부로 느끼는 ‘유리천장’의 정도는 사실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경신문이 남·여를 포함한 증권사 현직자 8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결과 대부분의 현직들은 “유리천장을 많이 못 느낀다”고 답했다.
현직자 A씨는 “현재 여성 임원이 낮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은 아무래도 옛날에 근무하던 남자 직원들이 임원에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옛날에는 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남자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직자 B씨도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남녀평등 관련 체계가 상당히 잘 잡혀간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직원이 유리천장 때문에 고위직에 못 올라간다는 것은 옛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즈니스워치가 지난 2019년 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기자본기준 상위 21개 증권사 중 여성임원은 전체 임원의 2.9%에 불과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약 1년 9개월만에 1.6%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8명의 공통적인 의견은 ‘유리천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직자 C씨는 “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고위직에 여성 직원들이 많다”며 “옛날과 비교하면 유리천장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직자 D씨도 “현재 회사차원에서도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잘 마련한 상태라 유리천장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시간이 가면서 경력·경험을 쌓은 여성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임원 성비율도 자연스럽게 맞춰진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현직자들은 유리천장을 깨는데 가장 많이 도움을 주는 제도로 ‘육아휴직’을 꼽았다.
현직자 E씨는 “과거에는 임신에 따른 육아휴직을 쓸 때 눈치를 보면서 쓰거나 일을 그만둬야 했는데 지금은 주위에서 공감해주는 분위기”라며 “남성 직원들 중에서도 육아휴직을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세대가 바뀌면서 능력이 있으면 승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증권업계에서도 퍼지고 있다”며 “시간이 더 흐르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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