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 수순] ‘몸값 5조 공룡’에 유통 대기업들은 관심 없다는데

박수진 기자 승인 2021.01.21 14:47 | 최종 수정 2021.01.27 11:26 의견 0
이베이 로고 [자료=이베이코리아]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 거물급인 이베이코리아가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누가 인수할지를 두고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대기업들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베이코리아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인수 시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하기는 힘든 매물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e커머스 시장 경쟁 ‘치열’..이베이코리아 수익성 ‘빨간불’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한국 사업을 위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 검토, 평가하는 과정을 시작했다”면서 “주주들이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베이가 성명에서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2018년 말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상 공식화 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도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미국 이베이 본사가 지난해 말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결정하고 매각 주간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현재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은 1조954억원, 영업이익은 615억원을 기록해 ‘알짜 매물’로 꼽힌다. 국내 이커머스 채널 중 드물게 흑자 달성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쇼핑과 쿠팡 등의 성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9년 거래액 기준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쇼핑, 쿠팡에 이어 3위 사업자로 내려앉았다. 2010년 2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7%로 급감했다. 이미 네이버, 쿠팡 등을 중심으로 시장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높은 몸값 걸림돌로 작용..롯데·신세계·현대 “관심없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현실화되면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쇼핑과 쿠팡 등에 비해 고전하고 있는 해당 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경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의 높은 몸값 탓인지 해당 기업들은 입을 모아 ‘관심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장에 알려진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는 5조원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기업가치 평가를 거래액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5조원은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 약 16조원에 0.3배수가 적용됐다.

즉 롯데, 신세계 등이 이미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과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5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할 만큼 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금액이라면 각 기업들이 직접 키우는 게 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아마존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1번가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내 유통업계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이 11번가를 단순 국내 직구 대행 수준으로만 생각하면 국내서 큰 매출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수수료 기반의 오픈 마켓이라 5조원을 들일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면서 “매각가를 많이 낮춘다면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이베이코리아는 변광윤 사장 후임으로 현재 이베이재팬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항일 사장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전 사장은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2016년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2018년 이베이재팬 대표로 취임해 실적을 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시키는 성과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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