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사모펀드 제재심 첫 타자..윤종원 행장 선제대응 실패하나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1.18 16:24 | 최종 수정 2021.01.18 17:54 의견 0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4일 온택트로 진행한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대규모 피해를 낳은 사모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장은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대다수에게 문책 경고 또는 직무 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어 은행권 첫 타자인 기업은행의 제재 강도에 이목이 집중된다.

■금감원, 오는 28일 기업은행 제재심 개최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8일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3612억원어치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318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원어치, 219억원어치가 환매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낳은 라임 펀드 294억원어치를 판매한 곳이기도 하다.

제재 대상에는 펀드 판매 시기 등을 감안해 현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아닌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신한·산업·부산·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2~3월 내 모두 열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라임 사태 연루 증권사 제재심에서는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가 '직무정지' 결정을,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가 '문책경고' 등을 받았다. 모두 향후 금융권 취업에 제한을 받는 중징계다. 현재 진행 중인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 절차를 거치면 최종 징계수위가 확정된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징계 수위와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은행권도 중징계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다만 금감원 검사국이 중징계안을 사전 제시했더라도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제재심 단계에서 수위가 조정될 수 있다. 제재심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반박 의견을 제시하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개별 금융사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이 제재 수위 변수가 될 수 있다.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는 제재심 전 제재 대상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노력과 적극성 등을 고려해 감경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앞서 증권사 3곳에 대해 소비자보호처는 중징계 안에 '이견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이번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제재심에서는 회사별로 감경안을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업은행, 대책위 '사적화해' 제안 거부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펀드 가입고객의 자금 애로사항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윤종원 행장은 지난해 6월 자원금의 최대 5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사모펀드 피해 투자자를 만나 해결의지를 보였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피해자들은 선가지급 50%가 결정된 이후에도 8차례의 대규모 집회를 실시하는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디스커버리펀드 상품의 사기성을 인정하고 100%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제재심이 열리기에 앞서 지난 14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사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배임 이슈에 대한 법률적 검토 및 사적 화해 가능성 의견 조율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이후 펀드 청산절차와 중간 점검 ▲금융감독원 제재심 이전 대책위 추가 의견 전달 ▲자율배상과 분쟁조정에 대한 입장 재확인 등의 안건이 논의됐다.

기업은행은 피해자 측이 요청한 사적화해(자율배상)를 거절했다. 법리적인 검토를 통해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에 은행과 사적화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원금 100% 배상이 아닌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하려고 했다"며 "피해자들도 양보를 하고 협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지만 은행은 이런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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