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3분기 실적 현황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올해 3분기 4대 금융지주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과 '빚투(빚내서 투자하기)' 열풍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은 총 3조55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조2445억원보다 9.45%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해 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더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은 7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6% 증가했다. 충당금은 금융사가 대출 실행 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놓는 금액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 급증, 주식거래 활성화에 따른 증권사 실적 호조, 은행의 비용 절감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예상 밖의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가계대출 급증과 주식 투자 열풍의 영양이 크다고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저금리라는 악재 속에서도 안정적 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사별로는 KB금융이 3분기 순익 1조1666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분기 기준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1%, 직전 분기보다는 18.8% 늘어난 실적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8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정도 늘었다.
특히 지난 4월 KB가 인수한 푸르덴셜생명 염가매수차익이 올 3분기에 1450억원 반영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도 축소됐지만 대출 규모 자체가 증가함에 따라 순이자 이익이 늘어 안정적 실적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3분기 1조144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KB금융의 뒤를 이었다. 누적 순이익은 2조9502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다투는 KB금융그룹(2조8779억원)보다 700억 정도 많았다. 이는 금융권 역대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결과 지주사 설립 이래 최초로 분기 경상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커졌다.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전체 34%에서 이번 3분기 41%로 7%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에 신한금융그룹의 전체 순이자마진(NIM)은 1.72%로 2분기보다 0.03%포인트(3bp)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7601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줄었지만 전분기보다는 10.3% 늘어난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에는 옛 외환은행 본점 사옥 매각이익과 FX환산 손실 등 4477억원 등이 반영된 만큼 이를 제외한다면 선방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1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코로나19 여파 등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 속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약진과 비대면 채널의 영업기반 확대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비은행부문의 하나금융 실적 기여도는 31.3%에 달한다.
우리금융은 3분기 순익은 4798억원으로 가장 낮았지만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우리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657억원)보다 46.0% 감소했다.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사모펀드 관련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은 3분기 1400억원을 비롯해 1∼3분기에 총 586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과 핵심 저비용성예금 증가가 지속하며 이룬 수익 구조 개선의 결과"라며 "상반기 중 미래 경기대응력 강화를 위해 충당금을 적립한 것까지 감안하면 향후 건전성 추이는 안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의 주력 자회사는 은행으로 그룹 전체 이익에서 최소 5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이익이 줄어들면 전반적인 그룹 실적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충당금 확대로 은행의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선방하며 이를 만회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0.1% 줄었지만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의 순이익이 각각 115%, 150% 급증하며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KB금융 역시 KB증권의 이익이 1년 전보다 275.8% 폭증하며 국민은행의 이익 감소분을 상쇄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명동사옥 매각 이익 소멸 영향으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 감소했지만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카드의 이익 증대로 이를 메웠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증가한 것은 증권사 수수료 이익이 대거 늘어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카드사 역시 꾸준한 비용 절감 노력과 수익 다변화 작업의 성과에 더해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한 간편결제 시장 활성화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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