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올해 현장 사고 등의 산업재해로 곤혹을 치른 건설업계가 내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내년 안전예산을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 진보당 당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각종 금융 규제와 얼어붙은 건설경기, 공기 지연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부 건설사는 국내 사업을 줄이고 해외 시장 진출에 집중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청 노조도 원청 회사와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수백 개 이상의 협력사를 하청으로 둔 주요 건설사들은 교섭 과정서 갈등이 증폭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같은 상황에서 현장 사고가 발생하면 공사 중단으로 이어져 부담은 더 커진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가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엄벌 기조를 내세우면서 건설사들은 이유불문하고 사고 발생시 바로 현장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배경은 대비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안전교육과 시설, 안전관리자 등을 확보 및 확대하고 있어서다. 최근 발생한 사고 대부분이 안전수칙 위반, 근로자 건강문제 등과 연관돼 있지만 정부는 현장 사고는 건설사 책임으로 못박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안전을 중시하면서 건설사들이 예산을 편성하려고 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며 "공사를 아주 천천히 하고 안전관리자를 대폭 늘리고 하는 방식밖에는 보이지 않는 데 이는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분양시장 전체가 공멸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올해 정부가 시행한 각종 금융규제로 미분양이 속출할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분양 문제가 수도권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금융규제로 똘똘한 한 채 심리가 확산하기 시작했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계약 취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공사비 증가는 분양가에 반영돼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대출부담으로 내 집마련을 미루는 요소도 한 몫한다.

주요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건설사들도 수주는 나쁘지 않지만 공사원가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현재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이 그동안의 악재를 증폭시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밝했다.

그는 이어 "국내 도시정비 사업은 최소화하고 해외 진출을 늘리는 방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업들이 교섭해야 할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공통분모’가 있는 하청노조들을 서로 묶어 공동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동위원회가 하청노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기준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