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연말 조직 개편 무대에 젊은 오너들이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단순한 ‘후계자’가 아니라 업계 최전선에서 실적과 의사결정으로 평가받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이들은 부모세대의 노후한 포트폴리오를 손보고 새로운 성장축을 세워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글로벌 확장이 겹친 지금이 승부처다. 여기서 내놓는 전략이 기업의 ‘다음 10년’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다. 막을 올린 뉴 리더십이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사진=CJ)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CJ그룹 오너 3세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이 이재현 회장과 현장 경영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 전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중책을 맡게 되면서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18일 CJ그룹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재현 회장이 약 일주일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는 일정에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이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현 회장과 이선호 그룹장은 현지에서 정부 유력 인사들과 사업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중동 시장 확장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 그룹장이 지주사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재현 회장의 해외 순방 공식 일정에 동참한 것은 처음이다.

CJ그룹에 있어 중동 시장은 단순한 신규 수출국을 넘어 포스트 차이나·미국을 잇는 그룹의 차세대 핵심 전략 요충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현 회장이 2025년 글로벌 현장 경영의 마침표로 중동(UAE)을 택하고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중동 시장에 대한 CJ의 기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이선호 그룹장은 속도감 있는 중동 시장 진출과 이 회장의 선포한 4대 미래 성장 엔진(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의 수행 성과로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이 그룹장은 그룹 내부에서도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재직하면서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비중을 49%까지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슈완스 인수를 주도하면서 비비고 제품의 미국 현지 대형 리테일 채널에 빠르게 입점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선호 그룹장(오른쪽 네번째)은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재직하면서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비중을 49%까지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이러한 성과로 올해 9월 지주사인 CJ㈜로 자리를 옮긴 후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미래기획그룹장 중책을 맡게 됐다. 미래기획그룹장은 미래기획실과 디지털전환 추진실이 통합된 조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그룹장은 비비고 만두의 글로벌 성공으로 ‘실무 실력은 검증됐다’는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함께 호흡을 맞출 젊은 경영리더들을 배치해 의사결정 속도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 신성장 동력(M&A 포함) 발굴, 디지털 혁신 등을 진두지휘하는 그룹 전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그룹장의 영향력 확대로 승계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계구도가 좁혀지면서 올리브영 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선호 그룹장의 승계를 위한 주요 재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합병보다는 CJ와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 전반의 인적 쇄신과 조직 문화 변화를 이끌 지주사에서의 성과는 물론 과거 논란을 잠재울 책임경영도 강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