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건설사들의 프리미엄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똘똘한 한채 기조가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이 주요 브랜드를 선호하고 이로 인해 건설사 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선 내년 문을 닫는 건설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른바 '6·27' 및 '10·15' 금융 규제 이후 소비자들의 똘똘한 한채 선호 경향이 뚜렷해졌다. 사실상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한 채를 신중히 고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차별화된 브랜드가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은 각종 비용 외에도 미분양 등 부담까지 어려움이 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같은 기조는 통계서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를 보면 지난 11월까지 거래건수 7만5339건 중 해제 신고가 이뤄진 경우는 전체 계약의 7.4%(5598건)에 달한다. 이는 실거래가 자료에서 계약 해제 여부가 공개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의 금융 규제로 대출이 막히자 취소한 경우도 있겠지만 일부는 막판까지 신중히 고민한 소비자의 심리를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런 추세는 대형사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실제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 규모가 10조원을 넘겼다. 래미안으로 유명한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9조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특히 2022년만 해도 도시정비 수주액이 1.9조원 수준이었지만 불과 3년만에 4배 이상으로 시장을 키웠다.
대우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건설사들도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어려운 건설경기에서도 양호한 수주 실적을 보이는 상황이다. 산업재해 이슈와 원가 상승 등의 악재에서도 브랜드 파워로 경쟁력을 다잡는 모습이다.
반면 중소건설사들은 역대 최악의 경기를 경험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11월 기준 종합건설업 신규등록은 459개로 전년 동월(398개) 대비 9.79% 감소했고 폐업은 452개에 달했다. 신규등록보다 폐업이 더 많은 셈으로 대부분 중견 이하 건설사가 해당된다.
주요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쓰는 등 양호한 상황에서 이같은 결과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살제로 올 2분기 기준 현장소재지별 건설공사 계약액을 보면 서울(17.7%)과 인천(14.7%), 경기(8.1%) 등 수도권은 전년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반면 대전(-42.5%)과 세종(-38.3%), 충남(-34.7%), 부산(-13.1%) 등은 두 자릿수 수준으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 건설사들의 타격이 우려되는 대목인데 폐업 신고 건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내년에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외곽을 넘어 지방도 대출규제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똘똘한 한 채 기조가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중소건설사보다는 주요 건설사의 브랜드를 선호할 것이란 설명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규제까지 이어지면서 이왕이면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택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이라며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이같은 기조가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별화된 브랜드가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은 각종 비용 외에도 미분양 등의 부담까지 어려움이 더해질 것"이라며 "충분한 공급 대책과 규제 완화가 없다면 브랜드 파워가 밀리는 건설사들의 폐업 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