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통신업계에서 시작된 해킹 사태가 게임과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해 IT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짐에 따라 긴장감 또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비트를 비롯해 넷마블 등 해킹 사고가 각 산업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달 27일 해킹으로 인해 445억원어치의 자산을 탈취당했다. 그 과정에서 늑장 신고 논란도 있었다. 사고 인지 이후 6시간이 넘은 시간이 지나서야 당국에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발생 당일 KISA에 신고해 정보통신망법상 24시간 이내 신고 의무를 지켰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 보고 역시 사고 당일에 실시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도 해킹의 타겟이 됐다. 지난달 넷마블은 자사 포털 사이트 등에서 발생한 해킹으로 인해 휴면 계정 포함 총 611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과 생년월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으로 고유식별정보나 민감정보 유출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위메이드에서도 올해 3월 약 90억원어치의 위믹스를 탈취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수습하고자 100억원 규모의 바이백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시행했지만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올해 들어 사이버보안 사고가 이어짐에 따라 각 업계에서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업계발 해킹 사태 때만 하더라도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는 뜻이다.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위믹스 해킹 때만 하더라도 이정도까지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지는 않았다”면서 “통신업계에서 금융·유통 등 전 산업군으로 범위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경각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 B씨도 “글로벌 거래소 해킹 이슈가 시세에 악영향을 미쳤던 데다 다양한 산업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보안 사고가 시장 점유율 등에 미칠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해킹 사고 이후 수습비용 등으로 인해 실적이 크게 악화되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점유율 변화가 일부 관측되기도 했다. 10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62.17%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69%대였던 점유율이 며칠 새 뚝 떨어진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해킹 사고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개별 기업 차원에서부터 정보보호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비용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바라보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