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한국 조선 '빅3'가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펀드를 바탕으로 AI·MRO 기술을 앞세워 미국 조선시장 진출에 본격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AI 조선소' 모델과 한화오션의 전투함 MRO 선점이 한국형 스마트 조선 기술의 미국 진출을 이끌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MASGA'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TF는 각 조선사에서 임원과 실무자 각 1명씩 참여한다. 이달 초중순 조선업계 하계 휴가 기간이 끝난 이후 논의를 본격화한다. TF는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전용 펀드를 활용해 미국 조선업 인프라 개선, 공급망 재구축, 현지 조선소 디지털화 등에 우선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MRO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기체계 운용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무기체계는 20~40년에 달하는 긴 운용 기간 동안 초기 구매 비용이 전체 운용 비용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정비와 지원에 투입된다.

항공 MRO 사업의 시장 규모는 장비 수출 가치의 1.5~2배에 달한다. 전투함 MRO 역시 초기 건조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장기 수익을 보장한다.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MRO 시장도 2024년 1357억달러에서 2030년 1873억달러로 연평균 5.6% 성장이 예상된다.

각국이 첨단 군사 기술 투자를 늘리고 방위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현대화된 군사 시스템의 정기적인 유지보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MRO 사업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2024년 한국 조선업체 최초로 미 해군 보급함 'USNS Wally Schirra'의 MRO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금까지 미 해군이 발주한 4건의 MRO 프로젝트 중 3건을 독식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초 1억달러를 투자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내 거점도 확보했다. 현재 연간 1~1.5척인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10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한국조선해양의 핵심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 1위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AI·로봇 기술을 활용한 선박 건조 혁신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시시피주 잉걸스 조선소에 AI·로봇 기술 등을 투입해 선박 건조 비용을 줄이면서 납기를 개선하는 노하우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 잉걸스 조선소는 최근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의 3분의 2를 건조하는 등 대형 상륙함 및 경비함 전량을 생산하는 핵심 업체다.

삼성중공업은 LNG선·친환경 선박 기술을 무기로 미국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 및 사업 확대 방안을 협의 중이다. 탄소중립 규제 대응 솔루션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TF를 통해 조선 전용 펀드를 보증·융자 형태로 운용,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인프라 개선·공급망 재구축·디지털화 등에 우선 투자할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조선사들의 직접 투자는 크지 않고, 대신 펀드를 통한 보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에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운용 비용의 70%를 차지하는 MRO 시장과 AI 생산성 혁신이 결합하면 한미 양국 모두 ‘윈윈’ 효과를 볼 것”이라면서도 “복잡한 규제와 추가 투자비 리스크를 고려한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