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각종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금리가 오르는 현 상황에서 서민들 금리 부담을 낮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ATM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최근 시장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인하 요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이익 보전을 위해 다른 항목을 조정하면서 실제 차주가 체감하는 최종 금리는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교육세, 예금보험료,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해 차주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막는 것이다. .

현재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구조로 결정된다. 그동안 은행은 가산금리 항목에 운영비용 외에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보료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포함해 왔다. 사실상 은행이 내야 할 비용을 ‘수익자 부담’이라는 명분으로 대출자에게 떠넘긴 셈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이러한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금융권은 교육세(0.03%)와 각종 법정 출연금을 합하면 대출금리가 평균 0.15~0.2%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보면 연간 이자 이익이 2조원 이상 줄어드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는다. 7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금리가 연일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4.250~6.257%다. 지난달 28일(연 4.020%~6.172%)과 비교하면 하단은 0.23%포인트, 상단은 0.085%포인트 높아졌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은행권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이날 발표되는 코픽스도 석 달 연속 오를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시점에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이 제외되는 것은 고금리에 시달리는 차주들에게 실질적인 단비가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 항목에서 법적 비용이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체감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은행이 줄어든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항목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가산금리는 낮아져도 실제 차주가 체감하는 최종 금리는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인 상생금융으로 이어지려면 은행의 자발적인 협조와 더불어 당국의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가산금리뿐만 아니라 우대금리와 수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공시 및 감독 시스템을 강화해 은행의 ‘우회 전가’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