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최근 운전자보험 개편 전 '절판 마케팅'이 시장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회사 워크숍에서 소비자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광고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과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광고가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결국 사업비 증가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12월 중순을 전후로 예상되는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 구조 개편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손해보험사들에 해당 담보의 기초 서류 변경을 권고하며 기존의 고액 정액보장 방식에서 실제 필요 비용 중심의 단계별 보장 구조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개편안이 적용되면 변호사 선임 비용은 심급별로 최대 500만원 한도로 나뉘고 가입자가 최대 50만원을 자부담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에 최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지급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장 수준은 1000만원대 안팎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당국은 그동안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담보가 실제 소송 비용 보장보다는 '정액 지급 수단'으로 변질되며 과잉 소송과 과다 보수 청구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주요 손보사의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최근 2년 새 약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경미한 사고임에도 보장 한도 전액 지급을 요구하는 사례로 분쟁이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지금 아니면 손해'라는 식의 절판 마케팅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다음 달부터 변호사 선임비 보장이 대폭 축소된다", "지금이 마지막 가입 기회" 등의 문구를 앞세워 가입을 서두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개편은 보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필요 비용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표현은 과장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러한 절판 마케팅을 불건전 영업 행위로 보고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비자의 불안을 자극해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잇따른 사고를 언급하며 단기 성과에 매몰돼 기본적인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점검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운전자보험 가입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다수의 교통사고 관련 형사 사건은 1심에서 종결된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변호사 선임보다 형사 합의가 핵심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변호사 선임비 담보보다는 형사 합의 지원금이나 자동차 사고 벌금 특약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필요 이상의 고액 보장을 앞세운 마케팅보다는 사고 유형과 실제 필요에 맞는 설명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당국 기조가 분명해진 만큼 과장된 절판 영업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