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우리 김이 미국 내 관세 면제 대상으로 포함된다. 이로써 국내 식품기업들이 김 수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상호관세 관련 팩트시트(설명자료)에 수산물 중 유일하게 조미김이 무관세 품목으로 기재됐다고 밝혔다. 조미김은 K푸드 수출을 이끌고 있는 주요 품목이다. 이번 무관세 적용으로 식품기업들의 조미김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3월 美 애너하임 국제식품박람회에 선보인 동원 양반김(사진=동원F&B)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11월 20일까지) 국내 김 수출은 전년대비 13.3% 늘어난 10억1500만 달러(약 1조 5000억원)를 기록했다. 15% 상호관세 부담이 있었음에도 김의 대미 수출액은 2억2800만 달러(약 34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15.9% 늘었다.

미국은 국내 김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주요 국가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김 수출액의 90%는 조미김이 담당한다. 이번 조미김의 관세 면제로 국내 식품기업들도 김 수출 여건이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을 벗어나면서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조미김이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과 건강 스낵으로의 포지셔닝 전략이 성과를 거두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현재는 60여개 국가에 비비고 김을 수출하고 있다. 비비고 김은 미국 김 스낵 시장 50%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매년 30% 고성장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양한 현지인 취향의 맛을 개발하고 스낵 형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소비자층을 넓힌 전략이 주효했다.

슈완스 컴퍼니를 통해 빠르게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현지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비비고 김은 코스트코에서 대용량 묶음 판매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월마트에서는 스낵 코너에 입점해 일상 스낵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K컬처와 결합한 마케팅 활동도 인지도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세븐틴과 컬래버를 통해 비비고 김 등 K푸드를 미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에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동원F&B 양반김은 현재 미국, 일본, 태국 등 3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고품질 원초만을 엄선하는 점을 강조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부각 등 간식류 제품을 확대해 현지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한다. 조미김을 포함한 조미유통식품 수출 실적은 올해 3분기 89억원으로 전년대비 2% 늘었다.

동원F&B 관계자는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현지 유통망 확보를 통해 양반김을 포함해 해외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 오리온, 풀무원도 김 생산 및 수출에 적극 뛰어든다.

대상 오푸드 김은 유기농 및 친환경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상은 현재 글로벌 40여 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1500여억원(연결 기준)에 달한다. 홀푸드 마켓과 같은 유기농 및 프리미엄 식료품 체인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차별화된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대상은 국내 양식 김의 식품안전성 확보 및 수급 안정화와 고품질 김 품종 선발을 위한 육상양식 시스템 상용화에 350억원을 투자한다.(사진=대상)

대상은 해양수산부의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신규 과제 공모에 참여하는 기업이다. 국내 양식 김의 식품안전성 확보 및 수급 안정화와 고품질 김 품종 선발을 위한 육상양식 시스템 상용화에 350억원을 투자한다. 오는 2029년까지 기술개발과 상용화 시스템을 마련하고 2030년경부터 육상양식으로 수확한 김을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다.

김준규 대상 SeaweedCIC 대표는 “김은 전세계에서 건강스낵 및 건강 식재료로 각광받으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육상양식을 통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확보 및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김 산업이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9월 김 등 수산물 가공식품의 생산 및 판매의 어업회사법인 오리온수협 지분 50%를 300억원에 취득했다. 오리온수협은 조미김을 비롯한 각종 수산물 가공식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하는 법인으로 오리온과 수협이 각각 50% 지분을 출자한 회사다.

수협은 마른김 등 우수한 원물을 오리온수협에 공급하고 오리온수협은 이를 활용해 완제품을 만들어 오리온에 납품한다. 오리온은 자체 보유한 글로벌 가공·유통·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브랜드화 및 국내외 판매를 담당한다.

풀무원은 K푸드 시장 확대를 위해 김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풀무원은 김 육상수조식 해수 양식업 허가를 취득하고 국책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연중 균일한 품질 확보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육상 수조식 양식 기술로 기른 김을 활용한 조미김, 김 스낵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2029년까지 새만금에 대규모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김 육상양식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김 육상양식 기술의 확산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