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2조3000억원 추가 투자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다시 한 번 시동을 걸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의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 합작 배터리셀 공장(HLI그린파워)을 직접 방문해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 확보”를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HLI그린파워는 양사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총 32만㎡ 부지에 연간 10기가와트시 규모로 전기차 15만 대분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양산을 시작한 이 공장은 넉 달 만에 수율 96%를 달성했다. 이번 추가 투자로 생산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현지에서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포스트 캐즘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인도네시아 전기차 밸류체인 프로젝트에서는 철수했으나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에는 투자를 이어가며 핵심 생산거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 북미·유럽·아시아 3대 생산거점, 리스크 분산과 경쟁력 강화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외에도 북미와 유럽에서 현지 생산 및 공급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시간, 애리조나 등지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며 2025년까지 북미 내 생산능력을 215GWh로 2022년 대비 16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는 2025년 6월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으며 애리조나 공장도 15GWh 규모로 가동을 앞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과 프랑스 메탈 재활용 기업 DBG와 합작해 연간 2만t 규모의 배터리 리사이클 공장 설립에도 나섰다. 이 사업은 유럽 내 배터리 자원 순환 체계 구축과 EU 규제 대응과 현지 원재료 안정 조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들 자원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 차질과 가격 급등 등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병목 현상으로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서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공급망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공급망 역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비용 절감을 위해 필수적이다.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은 배터리 산업뿐 아니라 전력·제조 등 국가 기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
구 회장은 “배터리 산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키우겠다”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미·유럽·아시아 각 지역에 생산과 공급 거점을 다변화하는 전략은 리스크 분산과 시장 대응력 강화에 효과적”이라고 내다봤다.